패배를 시인하며
패배를 시인하며
  • 백제뉴스
  • 승인 2011.09.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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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

야베스공동체가 노동부로부터 지원받던 인건비 지원이 만료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 1년 동안 총 인건비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포기했다. 그것은 외부 지원에 의존하다보면 정작 우리가 목표로 한 자립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비록 지금은 어렵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에서 지원을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지원을 포기하는 만큼 야베스공동체는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으며 그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토록 하지 않으려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해야만 했다.

처음 야베스를 출발시키면서 무한경쟁사회에서 우리도 똑같은 모습으로 간다면 기존의 기업과 다를 바 없기에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위해서는 최소한 “혼자 열 걸음이 아닌 열이 한 걸음”이라는 창립고백을 바탕으로 노동력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더라도 서로 도와가며 극복해 보자고 했었다. 비록 평등한 사회는 아니더라도 서로 인정할 수 있는 만큼의 차이를 두고 자본주의 이념을 넘어 초대교회공동체가 보여주었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맹아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패한 것이다.

이제 노동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정리하고 소수정예로 기존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먹힐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재편성한 것이다. 인력의 절반 이상을 회사가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고 그 중에 노동력이 괜찮은 15명만을 추려서 재계약을 한 것이다. 그것도 지금까지 받아온 임금을 삭감하면서 말이다. 정리 대상자가 된 사람들을 한명씩 면담을 하면서 후일을 약속했지만 현재로서는 미래에 대한 어떤 답도 찾기가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남게 된 사람들도 만났다. 그리고는 열심히 일해서 이 시장에서 살아남아보자는 다짐도 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서 새롭게 시작해보자고 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 중에 가장 아쉽고 절망스러운 것은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능력에 따라 인정되는 사회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야베스공동체가 5년 동안 이야기했던 사회를 향해 최소한 자신의 것을 내어 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다시 말해 내 급여를 줄여서라도 구조조정을 하지 말고 함께 가자고 말하는 이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자고 해도 할 수 없는 것인데 아무도 자기의 것을 내놓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안사회를 향한 야베스공동체의 실험이 무참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많은 급여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줄기차게 주장했던 우리의 실험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말이라도 함께 나누자고 할 줄 알았다. 또한 야베스공동체는 최소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함께하는 사람이 있고 그들이 바로 희망의 중심이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대한 소비문화와 냉혹한 경쟁이라는 시장에 의해 우리의 생각은 제대로 싹도 틔워보지 못하고 처절하게 실패한 것이다.

실패를 인정한다는 것이 왜 이리 힘이 든 것일까? 야베스의 실험이 실패한 것이 분명한데도 아직 미련이 남아 실패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실패했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포기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무리 냉혹한 경쟁시장이 우리를 넘어뜨리려 해도, 모든 사람들이 소비문화에 마취되어 더불어 사는 길을 몰라도 아니 알면서 외면하더라도, 언젠가는 함께 갈 수 있는 날을 바라보며 다시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 야베스처럼 고난과 역경이 닥쳐와도 하나님께 기도하며 그 고난을 이겨냈던 것처럼, 한겨울 매서운 추위와 바람을 견디며 살아남은 인동초처럼, 자본이 모든 것을 결정해 버리는 이 사회,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로 팽배한 사회, 경쟁에서 탈락되면 가차 없이 퇴출시켜 버리는 냉혹한 사회를 향해 기도하며 끝까지 버텨야 한다.

분명 야베스공동체의 시도는 실패했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다시 남아있는 사람들과 손에 손을 잡고, 서로 일으켜주며, 서로 보듬어주며, 서로 격려하며 처음 고백을 향해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 밑바닥에서 희망이라는 놈이 작은 소리로“저기요 아직 제가 남아 있어요” 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그냥 주저앉기에는 아직 20여명의 사람들이 남아 있다. 그러기에 그들과 함께 다시 우리의 꿈을 향해 일어서는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던가! 지금의 실패는 언제가 이룰 우리의 꿈을 향한 과정에 불과한 것이다. 야베스에게 복에 복을 더하여 그가 끝내는 고난과 역경을 딛고 복된 삶을 살았던 것처럼 우리의 희망도 지금은 실패했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 다시 일어서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의 사명이요.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야베스 힘내라!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포기하기에는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 억울하잖아, 그러니 좌절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자, 우리의 꿈에 동의하고 동참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비록 한 사람의 힘은 적지만 서로 연대하면 그 힘은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황금만능주의의 장벽도, 개인주의의 장벽도, 소비향락 문화도 넘어뜨릴 수 있을 거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 됨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