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은 범죄자가 아니다
노숙인은 범죄자가 아니다
  • 백제뉴스
  • 승인 2011.09.0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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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

코레일과 서울역은 지난 8월 22일 새벽 서울 역사 내 노숙인을 강제로 역사 밖으로 내쫓아 버렸다. 그들을 강제로 퇴거시킨 것은 시민들의 안전과 쾌적한 공공역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했다. 이에 노숙 당사자들과 노숙인 인권단체 및 보호단체 등에서는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조치는 인권을 유린하는 처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1박2일 천막농성을 벌이는가하면, 23일에는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에서 코레일의 조치에 대해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또한 서울역에서는 1인 시위를 통해 코레일의 노숙인 강제퇴거조치의 부당성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근본적인 노숙인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코레일의 이번 조치가 한편으로는 그동안 사회의 무관심으로 방치되었던 노숙인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림자 인생을 살던 노숙 당사자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정부와 사회를 향해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부정적이기만 하다. 우선은 당장 씻지 못해 지저분한 모습에서 혐오감을 주는 불쾌한 사람, 게으르고 알코올 중독자에다 일을 싫어하는 사람, 낭비벽이 심해 도와줄 필요가 없는 사람들로 보호의 대상자가 아닌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하는 사람들로 취급했다. 심지어 잠재적 범죄자로 여겨 강력범죄 사건이라도 일어나면 가장 먼저 의심을 받는 사람들이 노숙인이었다. 그래서 범죄사건이 일어나면 우선 노숙인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는 불신검문을 하거나 노숙인 보호시설 등을 돌며 용의자를 찾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노숙인들을 의심했던 많은 범죄 사건들의 범인은 노숙인이 아니었다. 또한 노숙인 범죄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노숙인들을 이용한 범죄 사건들이었다. 노숙인의 명의를 도용하여 불법대출을 받거나, 대포차를 뽑거나, 불법통장을 개설하는 등 대부분 노숙인들을 이용한 범죄들이었던 것이다. 거꾸로 노숙인들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술에 취해 있는 모습이나 대낮에 공원벤치나 대합실에서 누워 자는 것을 보면서 게으르고 무책임하다고 치부한다. 심지어 노숙인에 대한 연구자들까지도 노숙원인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현상이라고 말하면서 노숙인의 개인적 특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게으르고, 낭비벽이 심하고, 알코올 중독이 많고, 범죄의 유혹에 쉽게 넘어 간다는 식의 부정적인 시각을 그대로 보였었다. 그러나 노숙인 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씻을 곳이 없어 씻지 못하고 며칠이 지나면 당연히 지저분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거리 노숙인들에게는 마땅히 씻을 곳이 없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지저분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그들이 낭비벽이 심하다고 하는데 정말 낭비벽이 심한 것인가? 일부 노숙인들의 모습에는 분명 낭비벽이 심한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숙인들은 열심히 돈을 모아 자녀에게 보내거나 빚을 갚는다. 알코올 중독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미래가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기에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음주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지속적인 음주가 알코올 중독으로 빠지게 하지만 실제적으로 알코올 병원에 노숙인이 얼마나 된다는 것일까? 일반인들과 비교할 때 조금 많은 정도는 될지 몰라도 노숙인하면 알코올 중독이라는 등식은 잘못된 것이다.

노숙인들이 일하기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은 더욱 맞지 않는 말이다. 현재 노숙생활을 한다고 다 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노숙인 대부분은 과거에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사회구조가 변하면서 저학력 단순노동자들이 일할 곳이 줄어들고 질병이나 사고로 노동력을 상실하여 기존의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인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한 때 열심히 일해 가정을 꾸리고 밝은 미래를 설계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무한경쟁 사회로부터 밀려나 일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즉 노동력의 저하로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노숙인 대부분은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해 보이지만 하루만 일을 하고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처럼 하루 번 돈 보다 치료비가 더 들어가니 어쩔 수 없이 일을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노숙인은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사회 병리현상인 것이다. 노숙인 대부분이 기존의 경쟁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로 다시 기존시장으로 진입해 들어가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노숙인 지원 대책도 기존의 노동시장으로 진입해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정도 보호된 일자리 즉 노숙인에게 맞는 일자리여야 하는 것이다. 또한 거리노숙인들을 무조건 쉼터로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지원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다음에 거리 노숙인들이 지저분하다. 게으르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의 구조는 누구나 노숙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냉대를 버리고 그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범죄자, 일을 싫어하는 게으르고 무책임한 사회의 병적요소가 아닌 사회로부터 밀려난 피해자라는 인식으로 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코레일은 노숙인들을 역사 밖으로 내쫒기 이전에 사회공헌 차원에서라도 그들이 최소한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코레일이 이번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코레일 본사가 있는 대전에서도 1인 시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코레일의 부당성을 알려내고 시민들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