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의료봉사활동을 마치면서
캄보디아 의료봉사활동을 마치면서
  • 백제뉴스
  • 승인 2011.08.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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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

지난 8월 14일부터 19일까지 4박 6일간 제8차 캄보디아 깜퐁츠낭 지역의 품마품몽 마을과 끌로뿌띠끌로발 마을에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이번 팀은 지난해 충남대학병원과 함께 갔던 때를 제외하고는 어느 때보다 짜임새 있게 구성된 팀이었다. 내과의사 2명, 외과의사 1명, 약사 1명, 간호사 1명과 통역팀 그리고 일반봉사팀 등 모두 17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봉사팀을 구성하는 것, 가지고 갈 물품을 모으는 것, 가지고 가야 할 짐의 양을 결정하는 것 등 무엇 하나 쉽게 진행되는 것은 없다. 다행히 봉사팀은 계획대로 구성되었지만 나머지는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 대략 짐의 무게를 개인당 25Kg정도로 계산하여 물품을 준비했지만 해외여행 성수기여서 개인당 20Kg이상은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에 이번 비행기로 가지고 갈 수 없는 짐은 다음 비행기로 보내주겠다고 말 하지만 프놈펜으로 가는 비행기가 하루에 한 번 밖에 없기에 지금 가지고 가지 않으면 다음 비행기로 보내와도 짐이 캄보디아에 도착할 때쯤이면 우리는 이미 프놈펜에서 약 4시간 거리의 품마품몽이라는 마을에 있기에 짐이 도착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꼭 필요한 의약품을 제외한 나머지 짐은 요행히 짐을 더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조금이라도 가져갈 요량으로 수속이 마무리 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로 했다. 마감이 임박해서 간신히 일부의 짐은 실을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공항에서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어렵사리 탑승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5시간 30분여 비행을 해 프놈펜 공항에 도착했다. 비자 수속을 마치고 수화물을 찾아 세관을 통과하면 되지만 매번 세관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리 의료봉사활동 허가서를 깜퐁츠낭주로부터 발급받았기에 무단히 통과할 줄 알았다. 그런데 여전히 세관에서 막혀 버렸다. 허가서에 스템프 하나가 빠졌다는 것이다. 못하는 영어와 바디랭귀지, 한국어를 섞어 언성까지 높여가며 옥신각신하다가 결국에는 20달러를 손에 쥐어주고 통과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스템프는 세관에서 확인했다는 표시로 찍어 주는 것이란다.) 대부분 매번 겪는 일이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될 만도 한데 이런 일을 겪을 때 마다 나는 적지 않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어찌되었든 통과의례처럼 모든 일을 치렀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봉사활동만 남은 것이다.

첫째 날과 둘째 날 봉사활동이 예정된 품마품몽 마을은 지난 해 갔던 마을이기에 친근감이 드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우기가 되면 도로가 물에 잠겨 외부와 단절되던 마을이었는데 다행히 올해는 나무로 된 다리가 생겨 지금이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마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마을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급하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진료봉사를 시작했는데 지난해 비타민과 구충제를 나눠주어서인지 마을사람들의 모습이 훨씬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난생처음 의사를 만났다는 사람들, 마른버짐이 핀 휑한 얼굴 등과 비교하면 너무 좋아진 것이다.

계절적으로 우기여서 물과 먹거리가 풍부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난번 영양제를 나눠주고, 구충제를 먹이고, 진료를 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을사람들의 모습이 훨씬 좋아진 것은 분명한 것은 사실이다. 하루 봉사활동을 마치고 난 후 진료 결과를 보면서 최소한 우리의 활동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질병의 내용도 많이 변해 있었다. 지난해에는 영양결핍이 많았다면 올해는 위장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1년 사이에 경제적으로 좋아져서 먹는 것과 환경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면 분명 지난해 충분하지는 않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준 철분제와 비타민 그리고 구충제가 그들의 건강상태를 좋아지게 만든 것이다.

매번 봉사활동을 마치고나면 뭔가 부족한 것 같고, 하다가 만 것 같아 늘 아쉬웠는데 그래도 우리의 의료봉사활동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비록 우리의 활동이 일회적이고 초보적인 단계여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지라도 최소한 그들의 건강에는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근거는 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찾아간 품마품몽 마을을 통해 비록 가는 길부터 복잡하고 반복되는 어려움에 지치기도 하지만 그 마을에서 확인된 결과에 힘을 얻어 내년에도 출발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비록 우리의 활동이 미미한 것 같아 보일지라도 때론 어떤 이에게는 활기찬 삶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