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금티 전적비에 대한 이야기
우금티 전적비에 대한 이야기
  • 해월 원효사 주지
  • 승인 2011.07.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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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탑과 전적지를 돌아보며 아쉬운 점 있어...

공주시 우금치 고개에 있는 우금티 전적지(국가사적 제387호·공주시 금학동)는 제2차 동학농민운동 당시의 최대 격전지로 동학농민군의 원혼이 서려있는 곳입니다

1800년대 말 전라도 고부에서 조병갑 등 탐관오리의 학정과 부패한 정치를 바로잡고 서세동점하는 시대상황에서 우리 민족의 정신과 정기를 지키고자 하는 보국안민(保國安民)과 구세제중(求世濟衆)의 기치를 내걸고 전봉준 등이 봉기하자 농민들이 가세하면서 민초들의 가슴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희망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 해월 원효사 주지스님

농민군은 1차 거병 후에도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조정에 대한 일제의 간섭이 심해지는 때에 이르러 2차 거병을 하고 서울로 향해 가던 중 우금치 고개를 정점으로 하는 지역에서 농민군 약 3만에서 4만에 달하는 병력이 관군과 신병기로 무장한 일군등에 의해 무참히 패배하게 되는 비운을 맞으며 약 500여명의 농민군만 살아 남았다는 이야기도 전합니다

그 자리에 1973년 동학을 믿는 공주의 천도교인들과 뜻있는 인사들이 동참하여 동학농민 운동의 정신을 기리고 혁명정신을 오래도록 이어가고자 동학혁명군 위령탑이 건립되고 지금은 사적지로 지정이 되어 일년이면 수많은 학생들과 외지인들이 찾아와 비운의 조선 말엽의 정치와 역사를 바로 알고 과거를 돌아 보는 공주의 명소가 되어 있습니다

혁명탑에서 지근거리에 살고 있는 나는 매일 법당에서 기도를 모시면서 동학혁명 당시 돌아간 동학교도와 민간인 및 관군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공양과 축원을 올려 아픈 마음을 달래 드리며 종종 산책을 삼아 혁명탑 주변에도 올라 동학기념사업회에서 만들어 놓은 조형물을 둘러 보기도 하는데 공주의 명소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혁명탑과 전적지를 돌아보며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서 이렇게 생각을 적어 봅니다

동학혁명탑에는 탑을 조성하게 된 연유를 적은 비석이 전후 양면에 두 개가 있는데 글 내용 가운데는 당시의 박정희 대통령이 혁명탑 건립을 허가하고 금일봉을 주었으며 동학혁명탑의 제호를 써 주었다는 글귀가 보이는데 언제부터인가 비문에 있던 박정희라는 이름과 5.16혁명이라는 글자들이 정으로 쪼아 져서 알아 볼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멀리서 찾아와서 비문을 적어 가 학습에 이용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전후 문맥이 이어지지 않음을 안타까이 여겨 절에 찾아 와 무슨 글자인지 묻는 일이 비일비재하기도 한 곳입니다

▲동학혁명군위령탑

나는 관련단체나 공주시에 기왕에 쪼아져 버린 비석이라도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이니 빼서 없애 버리기 보다 옆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하고 다시 원래대로의 비석을 새겨서 바꾸어 설치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해 보기도 하였지만 일이 생각만큼 그리 쉽지 않은 것을 보면 무슨 속 사정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 하나는, 사적지요 전적지로 알려진 까닭에 한해에 수많은 외지인과 학생들이 방문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남녀용 간이 화장실만 하나 있고 여타 여러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공용 화장실(도로 건너편에 있으나 도로 확장으로 사용하기 어려움)이나 손을 씻고 물을 먹을 수 있는 상수도 시설 및 외지에서 오는 이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상주하는 안내원등이 아직은 전무한 상태라서 이러한  것들이 아쉽게 느껴지는 점이기도 합니다

혹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국토 순례를 계획하고 나선 학생들이 우금치 마당에서 야영을 하는 경우에는 가까이 수도 있는 곳으로 물을 얻으러 다녀야 하는 실정임을 감안하고 또 봄과 가을이면 재잘거리며 소풍을 오는 관내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생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공주시민의 각별한 관심과 적극적인 성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요 근래 들어서 우금치 전적지 주변을 정비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주변의 식당과 건물등이 일부 철거되었기에 머지 않은 장래에는 그런 시설이 확충되리라 생각하면서도 부여 방면에서 오는 외지인들에게는 관광 공주의 첫 관문이 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기본적인 시설이라도 갖추어 졌으면 하는 바램을 적어 봅니다

지난 번 금학동 사무소에서 주관하여 이루어진 연정 국악원 공연이 수원지 생태 공원에서 있던 날, 나는 국악원장님과 동장님에게 다음 공연은 여건이 썩 좋지는 못해도 우금치 전적지에서 백여년 전 당시에 피아를 막론하고 나라를 살려 보자는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싸우다 돌아간 군관민을 위한 추모 공연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제안을 해서 "그것 참 좋은 생각입니다 "하는 소리도 들어보았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매년 거행되는 동학추모예술제를 주관하는 단체들과 금학동 주민들의 동참 아래 시산혈해의 현장에서 후손들의 단합되고 화합하는 '난장' 한마당으로 돌아간 원혼들을 위로하고 달래 드리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