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
말 한 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
  • 백제뉴스
  • 승인 2011.07.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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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말 한 마디 때문에 마음에 큰 상처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분명 속마음은 그게 아닌데 무심코 툭 던진 말이 상대에게는 비수가 되어 마음에 큰 상처를 준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이런 경우를 한 두 번은 다 겪어 봤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무심코 던진 말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고 하고, 때론 상대방이 던진 말에 상처를 받아 오해가 생기기거나 소원한 관계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 결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벧엘의집 쉼터인 울안공동체 식구들도 서로 주고받는 일상적인 말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쉽게 받는 것 같다. 아니 보통 사람들보다 더 쉽게 상처를 받는 것 같다. 그 이유는 그들이 살아온 날들이 대부분 실패하고, 좌절하고, 이용당하고, 세상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쉽게 상처받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꼭 유리구슬처럼 깨어지기 쉬운 마음결을 가진 분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로 상처를 잘 받는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에게 같은 말로 쉽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건 무슨 이치일까?

  한 번은 울안공동체 3층 옥상에 꾸며진 휴게실에 앉아 있는데 유 0 0 아저씨가 울안공동체 식구들의 말투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하면서 자신이 받은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 분에 의하면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데 상대방이 자기 말을 무시하고 역정을 내더라는 것이다.

그 분의 주장대로라면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고, 그리고 상대방에게 좋은 말을 했는데 상대방이 오해를 하고 역정을 내면서 도리어 심한 말을 했다는 것이다. 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상대방이 그렇게 화를 냈냐는 질문에 자기는 평소 생각을 그냥 이야기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아저씨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평소의 생각, 그것이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되는 말은 아니었을까? 우리나라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말처럼 내가 한 말에 이미 상대방은 상처가 받았기에 되돌아오는 말도 곱지 않은 말이지는 않았을까?

유 0 0 아저씨, 그는 벧엘의집이 이곳으로 이전하기 전부터 공동체에서 생활하신 분으로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생활태도 자체가 문제가 많은 분으로 여겨졌다. 지금까지 최소한 쉼터 내에서 음주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이 분은 매일같이 음주를 하는 것도 모자라 소주병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와 마시려고 했던 분이다.

그리고 자신이 매일 같이 술을 마시는 것은 술을 먹지 않으면 몸이 아파 견딜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이며, 자신은 술을 마시면 다른 사람들처럼 소란을 피우거나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제 자리로 가서 잠을 잔다는 것이다.

그 말은 맞는 말이다. 쉼터 안에서 음주를 하려고 해서 문제였지 어느 때는 음주를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구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아주 조용한 분이었다. 또한 음주를 하지 않았을 때는 아주 부지런한 분이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늘 복도며, 계단이며, 식당 등을 쓸고 닦았으며 식사 준비에도 곧잘 참여해서 도와주시는 평소에는 적어도 성실한 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말로 인해 또 문제가 생겼다. 식구들이 모여서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음주를 하고는 평소 맘에 들지 않았는지 한 식구에게 훈계를 한다며 무슨 말을 한 것이다. 그러자 주위에서 조용히 하라, 술 마셨으면 잠이나 자라 등 한 마디씩 하자, 내가 잘못한 사람에게 훈계도 못하냐며 변명을 하자 갑자기 서로 언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래서 담당 실무자가 그 아저씨를 불러 조용히 잘 것을 요청해도 자신이 잘못한 사람에게 훈계도 못하냐며 억울해 했다.

자신은 전혀 잘못이 없다. 그리고 상대편이 제대로 하지 않아 그것을 지적한 것뿐이다. 이것이 이 아저씨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나 칭찬도 자주 들으면 짜증이 난다고 하는데 아무리 옳아도 잘못을 지적하면 좋아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자신의 잘못을 말하는 사람에게는 상처를 받고 자신의 말에 상처를 받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나는 식구들에게 칭찬만하자라는 말을 자주한다. 때론 상대가 실수를 하고 잘못된 일을 하더라도 그 사람의 장점을 찾아 칭찬해주자는 것이다.

공동체를 꾸려나가는데 문제가 되는 식구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담당자들이 상담을 통해서 고쳐나가도록 맡겨놓고 식구들끼리는 칭찬만 해주자는 것이다. 이렇게 칭찬만 하자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유 0 0 아저씨뿐만 아니라 13년간 공동체 식구들을 대하면서 터득한 나만의 노하우인 것이다. 칭찬을 통해 세대도 다르고, 살아온 경험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보자는 것도 있지만 이런 분쟁을 미연에 막아보자는 의도인 것이다.

어떤 경우는 담당자들이 하는 말에도 상처를 받을 것이다. 아무리 그 말이 옳더라도 자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의 말이 좋을 리는 만무할 것이다. 때론 그 사람을 위한다고 한 말이 정작 그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가 되고 더 기죽게 하고, 더 눈치를 보게 하는 말이라면 하지 않는 것을 훨씬 나을 때도 있을 것이다. 말 한 마디에 천냥빚 갚는다는데 앞으로는 가족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로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러나 이 말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자신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적하고 수정하도록 하려는 의지가 앞서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칭찬하자고 말한 나 자신부터 우리 가족의 장점을 찾아보고 먼저 칭찬하도록 솔선수범하여 우리가족이 서로 칭찬만 하여 말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