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
  • 백제뉴스
  • 승인 2011.07.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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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진료소인 희망진료센타가 문을 연 것은 IMF직후 홈리스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을 당시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을 가지 못하는 홈리스들에게 무료로 진료를 해주거나, 정밀검사나 입원하는 경우 보호자 역할을 해 주고 병원비 보증을 서는 것 등을 돕는 활동이 전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질병에 걸려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치료비가 없다는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비가 너무 비싸다든지, 가난한 사람들에겐 병원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든지,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이 공공의료기관이 아닌 사립병원이라는 것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단순한 질병 치료를 넘어 의료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를 찾아주기 위한 활동으로 그 지경을 넓혀 갔다.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고 약을 주는 것만으로는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에서 생겨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토대를 만들고, 질병에 걸리면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무료진료소가 단순한 무료진료 영역을 넘어 보다 보편적인 의료전달체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진료센타에서 느끼는 한계 때문이다. 처음에는 찾아오는 화자들에게 단순한 질병 치료 이상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가령 거리에서 노숙하며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고혈압이나 당뇨환자와 같은 성인병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치료약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식이요법인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방안의 습기로 인해 온통 곰팡이가 가득하고 대낮에도 어두컴컴한 쪽방에서 생활하는 천식환자에게 천식을 완화시켜주는 약은 일시적인 효과밖에 낼 수 없었다.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결핵 환자들이었다. 결핵은 법정전염병으로 외형적으로는 거의 국가에서 무상으로 치료해주는 질병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히 보건소를 통해 결핵약만을 처방받는다고 해서 결핵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결핵 치료는 최소 6개월간 지속되어야 하고 그 동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환경 및 영양상태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홈리스들의 경우 결핵에 걸리면 일을 할 수 없다.

또한 치료기간 동안 잘 먹어야 하지만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고영양식은 그림의 떡인 것이다. 그래서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건강권을 찾아주기 위한 활동들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의료보장이 실시되는 세계 여러 나라 중 몇 안 되는 나라이다. 그러나 보장성이 너무 낮아 병원에 입원하거나 수술을 받는 경우, 검사를 받는 경우는 총 진료비 중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가 너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아파도 웬만해서는 병원을 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또한 (현재는 아니지만) 주민등록이 말소 되거나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면 쥐꼬리만한 보험급여도 중단되어 의료보장제도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의료는 분명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혹자는 경제학적 측면에서 의료는 사적 영역에 속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의료가 공적인 영역에 속하느냐, 사적인 영역에 속하느냐를 원론적으로 다루기 이전에 국민의 건강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따진다면 당연히 의료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의료는 이윤을 추구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국가에서도 의료법인의 경우는 공익법인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 아닐까? 의료는 돈벌이 수단이 아닌 모든 사람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공공의 목적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공공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기관의 6%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병상수로 대비해야 고작 11% 정도이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국가가 전체 의료기관의 1/10도 안 되는 공공의료기관을 가지고는 어떤 공공의료정책도 수행할 수 없다.

심지어 얼마 안 되는 모든 공공의료기관의 운영방식이 민간의료기관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어떤 경우는 민간의료기관보다 더욱 이윤추구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공공의료기관은 본래의 목적인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그렇게 공공의료를 수행하다 생긴 비용은 국가재정을 투입해서 해결해야 한다.

얼마 전 충청남도 4개 지방의료원 개원 기념일에 맞춰 보건의료노동조합 대전충남지역본부 주관으로 지방의료원의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발제자나 토론자들은 하나같이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투자가 선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재정출연 없이 의료의 공공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재정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말로만 공공의료를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고 기존의 공공의료기관에 국가재정을 투여하여 모든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헌법이 정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국가의 행동일 것이다.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