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일제조사
취약계층 일제조사
  • 백제뉴스
  • 승인 2011.06.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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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생활하는 세 부자 이야기가 방송되면서 세인들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아버지와 두 남매가 공원 화장실에서 씻고 벤치에서 잠을 잔다는 이야기가 방송되면서 그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사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각해진다며 혀를 차는 사람, 사회의 무관심에 염려하는 사람, 저건 방송이지 현실은 그렇지는 않겠지 하면서 의구심을 갖는 사람, 정말 사실이라면 정부는 뭐하는 거야 4대강 개발에 쏟아 붓는 돈을 복지 예산으로 돌려야 한다는 사람 등 각각 그 현상에 대해 놀라면서 한 마디씩 했었다.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특별지시라며 부랴부랴 보건복지부를 통해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보호를 위한 전국 일제조사”라는 것을 실시해서 교각 밑, 창고, 공원, 빈집 등에서 생활하는 23,669명을 발굴하여 긴급복지지원, 기초생활수급, 민간 후원 등으로 지원을 완료했거나 지원 중이라고 발표했다.

천만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나 사회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계층에 대해 즉각적인 관심을 보였다는 것으로 도심 한복판에 살면서도 도시민이 되지 못하고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소외되었던 이웃들이 정부와 사회의 도움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없었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났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콜럼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무슨 큰 발견인 것처럼 이야기되어지고, 그 방송을 본 사람들은 당장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 도리어 이상할 정도로 이런 소외계층의 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사회에 상존하고 있었고, 그 문제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했던 것들이라는 것이다.

특히 현 정부가 올해 복지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열을 올릴 때 일부에서는 도리어 복지예산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현재 혜택을 받던 사람들도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경고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가 예산중에 복지예산 비율이 가장 많다며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올해 복지 지출은 어느 해보다 줄어들어 그동안 지원되던 보육비가 없어지고, 아동 급식비가 줄어들고, 복지시설 등의 지원이 줄어들었다. 그러니 예전부터 존재해 왔던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많아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내가 10여 년 전 대전광역시 쪽방상담소장을 할 때의 일이었다. 그 당시는 IMF로 인해 거리 노숙인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면서 정부가 거리노숙인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로 전국에 10개의 쪽방상담소를 설치하여 쪽방지역에 국가의 지원을 시작할 때였다. 대전에도 쪽방상담소 설치를 위탁받아 대전광역시 쪽방상담소를 개소하고 쪽방지역을 다니면서 실태조사를 하던 중에 경험했던 충격적인 사건들이 오늘의 세 부자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선 많지는 않았지만 쪽방에 사는 분들의 상당수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못한 무호적자라는 것이었다. 엄연히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호적 신고를 하지 못해 호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들 중에 일부는 호적은 없는데 대한민국 법률에 의해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 전과자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도 아닌데 대한민국 법률을 어겼다고 처벌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면 그들을 국제법에 의해 처벌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처벌 이전에 그들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갖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가 아닌가? 죄를 지었으니 처벌은 받되, 국가의 의무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백번 양보해서 당시의 정권이 군사독재 정권이기에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것보다 자신들의 정권유지가 중요하기에 국민들에게 의무만을 강조한 시기였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그런 일은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그 때 그런 사람들을 모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의 도움을 받아 호적을 갖도록 도운 적이 있다. 이것뿐이랴 이번 방송에서처럼 동거생활을 하는 부부가 갓난아기에게 먹일 젖이 나오지 않아 밥을 끓여 미움을 만들어 그 물을 먹이는 일도 있었다. 당시에도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일이었다. 아기는 배가 고프다고 보채고, 산모는 제대로 먹지 못해 젖이 나오지 않고, 젖이 나오지 않으면 분유를 먹여야 하는데 분유를 살 돈이 없어 우선 급한 대로 밥을 끓여 그 물을 아기에게 먹이고, 그 결과 아기는 영양실조에 걸린 것이다. 긴급하게 그 부부의 사연을 방송에 소개하고 분유를 기증받아 먹이기도 했었다. 또한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훨씬 지났는데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버지는 감옥에 갇혀 있고, 어머니는 가출해 버려 아이들만 덩그러니 남아 학교에 갈 나이가 지났는데도 그대로 방치된 아이들도 있었다.

왜 이런 일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국가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즉 국가의 복지정책이 형편없어 사회안전망이 엉성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가 일등만을 고집하는, 경쟁만 있고 나눔은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며, 나아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국가로부터 기초생활에 대해 보호받을 권리를 인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자녀가 부양의무자로 되어 있어 보호받지 못하고, 사기에 의해 등록되어 있는 대포차량 때문에 재산 규정에 의해 수급권자가 되지 못하는 등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더욱이 복지예산을 줄이거나 새로 까다로운 규정을 만들 즈음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가난한 사람들이 무슨 범죄자라도 되는 것처럼 여론을 조장하여 도덕적 해이니 부정수급이니 하면서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자격이 없는 범죄자로 몰아간다.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국가의 보호를 받으려면 엄청난 도덕적 규범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조금만 그 규범에서 벗어나면 엄청난 죄를 지은 범죄자처럼 여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처럼 큰 도둑에게는 여러 가지 이유를 붙여가며 그래도 되는 것처럼 하고는 너희는 가난하니 법이라도 잘 지키라는 꼴이다.

복지 사각 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서 여러 가지 지원을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복지정책을 꼼꼼하게 세우고 예산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의식을 갖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일제조사를 통해 뭔가 엄청난 일을 해낸 것처럼 말하기 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의 자리에서 그들이 불편해 하며 힘들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리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에 일제조사를 통해 소외된 이웃을 찾아내는 것만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부터 없애야 할 것이다.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