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2]참자연의 가치를 모르다
[연재기획 2]참자연의 가치를 모르다
  • 정민걸 교수
  • 승인 2011.06.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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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살아 있는 금강은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
▲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지나친 위생 관념 때문에 해로울 것이 없는 하천의 물을 더럽다거나 해롭다고 여기는 잘못된 인식조차 있는 듯하다. 지난 가을 어린이들과 함께 회룡포가 있는 내성천을 방문하였다.

 한 아이가 놀다가 물에 빠지면서 양말이 젖었다. 아이가 젖은 양말을 물에 헹구며 씻으려 하자 어머니인 분이 더럽다며 물에 양말을 헹구지 못하게 하였다. 가을이라서 규조가 많아 하천의 모래바닥이 갈색이 되어 더럽게 느낀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온대 기후 지역으로 여름에도 흐르는 하천 물에는 사람에게 해로운 미생물이 거의 없다. 특히 가을에는 더더욱 없다.

물론 사람의 오폐수가 유입되는 직하류이거나 물이 정체되는 곳은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그래서 오폐수가 처리되지 않고 직접 하천으로 유입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하천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하천 밖 인간 사회를 관리하여 참자연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인간이 하천에 간섭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간섭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그래도 참자연의 하천은 인간이 버린 오폐수를 받아들여 맑고 깨끗한 물을 만든다. 이를 자정작용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정작용의 능력이 무한히 크지 않기 때문에 간섭을 가능한 줄여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자정작용은 자연의 과정이 방해받지 않아야 잘 이루어진다.

하천의 가장 중요한 자연의 과정은 흐르는 물이다. 또한 물에 산소가 많이 녹아들어갈 수 있는 여울이 있어야 한다. 여울은 수심이 얕은 곳이다. 고여 있는 물은 아무리 수심이 얕아도 여울이라고 하지 않는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산소가 물에 잘 녹아들어가지 않아 물에 들어간 유기물들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썩어 냄새가 나고 더러워진다. 이런 고인 물에 살 수 있는 생물은 많지가 않다. 물론 사람에게도 해롭기가 쉽다. 그런데 사람이 물을 이용하겠다고 물의 흐름을 막는 보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물을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연의 과정을 가능한 방해하지 않고 물을 이용하는 방안을 지혜롭게 찾아야 한다.

지나치게 큰 보를 만들어 물이 고여 있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물이 전혀 흐르지 않는 양이 너무 많아지면 자정작용에 문제가 생긴다. 그런 인공 저수지에는 맑고 깨끗한 물에 사는 생물이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하천의 흐름을 막아 인공저수지로 만드는 것은 하천의 소중한 생명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물의 흐름을 방해하면 하천의 모래바닥과 모래톱도 사라지게 된다. 부착조류나 수초가 지나치게 자라고 하천바닥은 작은 입자들이 가라앉아 펄이 섞인 바닥이 되며 모래톱은 뭍처럼 된다. 그런데 물이 흐르는 모래바닥과 모래톱은 매우 좋은 수질정화시설이다. 사람이 비용을 전혀 들일 필요가 없는 참자연이 주는 고도수질정화시설이다. 참자연의 수질정화시설은 고정된 시설이 아니다.

매년 달라지는 강우에 따른 물 흐름의 변화에 맞추어 위치가 끊임없이 바뀌는 것이 모래톱이 겪는 자연의 과정이다. 이런 살아 움직이는 모래톱이기 때문에 더러워지지 않고 스스로 깨끗한 정화시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하천을 막고 만든 연못에 번성하는 황소개구리. 오른쪽 아래에 황소개구리의 올챙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