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1]거짓자연에 홀리다
[연재기획 1]거짓자연에 홀리다
  • 정민걸 교수
  • 승인 2011.06.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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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살아 있는 금강은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

▲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요즈음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중에는 산을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은 건강을 위해서 등산하는 인구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자연을 감상하거나 자연과 벗을 하기 위한 순수한 마음만이면 좋으련만 자신의 건강 때문에 자연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자연을 자연으로 받아드리고 자연의 순수함을 지켜주려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등산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어쩌면 등산은 사치와 허영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망령스런 생각까지 든다. 사실 내가 어릴 적에는 사람들이 강이나 하천으로 많이 갔다. 강수욕 등 물놀이도 하였지만 물고기를 잡는 재미와 더불어 먹는 재미에 빠졌었다. 설령 산을 가는 경우도 요즈음의 등산과는 달리 땔 나무를 하거나 열매나 칡뿌리 등을 먹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그러던 사람들이 이제는 강이나 하천보다는 오히려 산으로 더 많이 간다. 자연의 것이라 몸에 더 좋다고 탐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산에서 나는 것들에 대해서 덜 욕심을 부리는 듯하다. 그런데 값비싼 등산옷과 장비로 치장을 하고 간다. 건강을 챙기며 과시하는 등산 문화가 된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면서 산은 점점 더 자연의 모습을 잃고 사람이 오르내리기 좋게 변형되었다. 그런 산을 보며 즐거워하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은 무엇일까. 자연은 인간의 건강과 편리함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가공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몰자연의 사회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연과 함께 하겠다고 거짓자연을 자꾸 만든다.

▲ 잘 흐르고 있는 하천을 막고 만든 연못. 식물의 성장이 활발한 시기에는 수질을 정화하는 효과가 다소 있지만 성장기가 지나면 사체와 분비물이 축적하면서 수질을 악화하고 하천의 생태를 훼손한다.

자연에 있는 난초보다는 화분에 있는 내 난초를 더 좋아한다. 심지어는 조화(造花)로 생화(生花)를 대신하고는 더 좋아한다. 생화처럼 살리기 위해 힘을 들일 필요가 없고 아주 오래 가서 좋아한다.

그러면 강과 하천에서는 왜 멀어져 갈까. 과거처럼 하천에서 나는 생물을 먹어야 할 만큼 궁핍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인위적으로 조작된 공간에서 더 많은 환락을 얻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연의 하천에서 주는 즐거움은 너무 단조롭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즐거움보다는 자극적이고 현란한 인공의 위락시설에 중독되어 참자연을 부정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