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를 찾아라!
비상구를 찾아라!
  • 백제뉴스
  • 승인 2011.05.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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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용어로서의 비상구는 최후의 수단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월세로 내몰리는 서민들-비상구는 없나>, <日 경제 비상구는 없다-총체적 난국>, <한화, 최하위 성적-비상구가 없다> 등등 절박한 상황, 막막함을 가리킬 때 비상구가 없다는 표현을 쓴다.

또한 '내 삶에도 비상구는 있었으면 좋겠다.' , '유일한 희망의 비상구' 등 비상구는 어둠 속에서의 한 줄기 빛, 사막의 오아시스 등으로 은유되어 희망, 탈출구로 표현되기도 한다.

실제 비상구는(非常口) '주된 출입구 외에 화재발생 등 유사시 영업장 내부로부터 지상․옥상 등으로 피난할 수 있도록 직통계단, 피난계단, 옥외계단 또는 발코니에 연결된 출입구'를 말한다.

즉 건물 내부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네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로, 비상구가 없다는 것은 출구가 없고, 해결책이 없고, 희망이 없고, 생명이 없다는 것이다.

이 단어가 가지는 절박한 특성 때문에 뉴스, 영화, 소설 등 각종 매체에서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재로 쓰이고 있으나, 실제 비상구에 대한 인식은 형식적이거나 귀찮은 존재로 여기기 일쑤이다.

실제 지난 1999년 인천 호프집에서 발생한 화재는 비상시에 쓸 수 있는 탈출구를 막아 놓아 손님 52명이 불에 타거나 연기에 질식해 사망했고, 71명이 부상을 입는 등 비상구 폐쇄로 대형인명피해를 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또한 2002년 1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군산 유흥주점 화재는 내부통로가 미로게임을 연상하듯 좁았으며 종업원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비상구, 출입구모두 폐쇄했고 창문, 환기구조차 없었다. 2009년 부산 지하노래주점 화재는 비상구는 확보돼 있었으나 처음 들어온 출입구만을 찾다가 탈출시기를 놓쳐 유독가스에 질식으로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아직 비상구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피난․방화시설 관리소홀, 안전의식 부족 등 안전불감증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이 현주소다.

최근 전국 소방관서에서는 비상구 관리소홀로 인한 대형 참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다중이용시설에 피난안내도 또는 피난안내영상물을 설치하도록 지도․안내하고 있다. 이는 평상시 비상구 위치를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유사 시 안전하게 대피해 인명피해를 줄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제’를 운영해 관리자에게는 피난․방화시설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유도하고 시민들에게는 비상구 확보에 대한 중요성과 경각심을 확산시켜 비상구 안전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근본적인 안전의식 생활화이다.

화재발생 시 당황해 판단의식이 흐려져 있을 때도 긴급히 피난할 수 있도록 비상구 위치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특히 대형쇼핑몰, 영화상영관, 지하 유흥주점 등 잠시 방향을 잃고 두리번거린 경험이 있다면 반드시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 찾아야 한다.

노래연습장, 유흥주점 등 영업주는 일부 피난경로가 협소하며 미로형 구조가 많고 이용자들이 대부분 취객인점을 감안해 피난동선을 반드시 확보하고 비상구를 상시 열어두어야 한다.

비상구의 공간을 창고로 착각하는 일부 건물관계인들이 종종 있으나 보이지 않는 이 작은 공간이 생명의 공간임을 깨닫고 비상구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연기소방서 예방안전담당 이장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