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봄잔치 꽃잔치
매일매일, 봄잔치 꽃잔치
  •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시민참여국장
  • 승인 2011.04.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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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함께하는 금강트래킹

봄빛이 화창한 요즘이지만 전북 무주는 금강권에서도 지대가 높은 편이라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꽃이 피었을까 걱정도 되고, 꽃이 아니어도 봄이기에 푸른 새싹의 기운을 받아 신나는 트래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4월 금강트래킹길에 올랐다. 날이 좋아서인지, 가족 단위로 서른 여섯명의 회원들이 함께 했다.

구불구불 강길을 따라서

무주의 금강길은 전체가 33km정도 된다. 실제 직선거리로 보면 13km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워낙에 구불구불해서 그 정도라고 한다. 금강에는 세월교가 7개가 있는데 그 중 무주에 만 4개가 있다. 구불구불한 강길 사이로 사람들의 왕래가 오갔던 흔적이다.

용담댐이 보이며 안천면임을 알리는 큰 팻말이 보인다. 반가운 얼굴 모아 인사나누고 강쪽으로 내려간다. 초입부터 만만치 않다. 밧줄을 타고 큰 오름길을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그 뒤로는 평평하고 폭신한 낙엽을 밟으며 왼쪽으로 흐르는 금강을 지켜보며 걸었다. 산에 진달래가 고개를 먼저 내밀고 있었다. 바위 틈새로 무르익은 봄의 기운이 금방이라도 재채기하며 꽃을 피워낼 것 같다. 오전 간식시간, 어김없이 손장희 회원의 오미자 막걸리 한사발이 돌기 시작한다. 언제부턴가 금강트래킹의 트렌드가 된 막걸리, 그 중에도 오미자 막걸리는 손장희표를 자랑한다. 막걸리 한 사발 돌고 채비를 하여 부지런히 길을 걷는다. 고운 모래길을 만나기도 하고, 자갈길을 걷기도 하며 감동마을에 들어선다.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율소마을 입구에 서면 벼룻길 들목이다. 벼룻길은 약 2km정도인데, 금강길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이 난 곳이라고 한다. 아슬아슬 벼랑길도 있고, 동굴도 있다.

율소마을에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일제시대에 뚫린 굴이라고 하는데, 부남면 나들이를 할 때 이 동굴을 이용하여 마실 다녔다고도 한다. 아, 마실다니기엔 무섭다는 느낌도 드는 길이다. (목숨걸고 마실을?)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이른 새벽 아무도 몰래 집을 나온 며느리가 앉아 기도를 하자 바위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다가 시어머니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멈추고 말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각시바위도 만난다. 그 앞으로는 각시소라는 곳도 있다. 노총각이 선녀를 기다리면 딱이라는 이야기가...^^ 연둣빛이 곱게 물든 풍경을 눈에 담으며 벼룻길은 부남면소재지로 떨어진다. 이제 밥을 먹을 시간인데, 재민이는 민들레 홀씨 날리기가 더 재미난 모양이다.

예향천리 마실길과 유유한 서면마을길

잠두마을에 이어진 마실길을 걸었다. 마실길은 많이 아쉽기도 한 길이었다. 벚꽃이 흐드러졌다면 얼마나 예뻤을까. 강길을 따라 늘어선 벚꽃이 무르익은 봄을 터뜨릴 준비 중이었다. 강을 오른쪽에 두고 간간히 피어난 꽃들로 마음을 달래본다. 전체 19km인 마실길은 오전에 걸었던 벼룻길과도 연결된다. 우리는 오늘 벼룻길과 이어서 오진 않았지만 하루 넉넉히 잡아 걸으면 종점인 서면마을까지 닿을 수도 있겠다 싶다. 물론 체력도 허락해주신다면야.^^

초입에서 잠두2교 쪽으로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출발할 때 최수경 대표님이 말했던 ATB 인가보다. 바퀴가 큰 오토바이가 금강길을 꿀렁꿀렁 밟아댄다는 이야기가 곱게 들리지 않는다. 인간이 소위 ‘즐긴다’는 수준이 아직은 이기적이라는 생각만 든다. 고개를 돌려 강을 보며 생각을 모은다. 트래킹의 백미는 강을 보며 조용히 생각을 모으는 일이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자연은 침묵한다.

멀리 잠두마을길이라는 팻말이 보이면 53번 국도와 만나 길이 잠시 끊어진다. 오른편으로 세월교의 흔적이 보인다. 왼편으로 만들어진 쭉뻗은 다리보다 소박하지만 옛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새로 만들어지는 것들보다 오래된 것들이 가진 품위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갈대가 손을 흔드는 강길을 따라 용포교에 다다른다.

용포교에서 서면마을로 가는 금강길에 들어선다. 서면마을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오후여서 그런지 그늘이 길게 졌는데, 조용하고 푹신푹신한 그 길이 참 신비로와보였다. 오른편으로 금강이 우리의 걸음을 따라 유유히 흐르고 있다. 곁을 찾은 낯선 도보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맞춰 주는 것 같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아마 누구라도 느끼지 않았을까. 그 길을 걸으며 유난히 말이 적어지고 강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세어보게 된다. 강이 말을 걸 것만 같아, 내 속에 말이 적어진다.

금강과 남대천이 만나 강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남대천은 소백산맥 대덕산, 민주지산에서 발원하여 무주읍을 지나 금강상류로 흘러든다. 강이 사이좋게 길을 나누는 풍경에 마음이 넉넉해진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과 금강, 그리고 진달래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봄이 제대로 무르익었다. 벚꽃길이 아니더라도 생명 넘치는 금강의 모습을 실컷 담아가기에 좋은 날이다.

꽃이 아니면 어떠랴. 생명이 움트는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오늘이야 말로 마음의 잔치날 같았다. 봄잔치, 꽃잔치. 매일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