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이어 기적의 현장
오병이어 기적의 현장
  • 백제뉴스
  • 승인 2011.03.3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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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기적의 현장

 “예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쳐다보시고 그것들을 축복하신 다음에,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시고, 무리 앞에 놓게 하셨다. 그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부스러기를 주워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다.”   (누가복음9:16~17)

 지난 한 주간은 대전역에서 체험한 ‘오병이어의 기적’이 다시 일어날 것을 기도하며 보냈다. 벧엘의 시작이 무모하듯 이번 공간이전도 무모한 도전과 같았다. 도저히 상식적인 생각으로는 계산이 나오지 않는 셈을 하며 출발한 공간이전 프로젝트였기에 대전역에서 체험한 오병이어와 같은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기도하며 시작했는데, 한 주간 동안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기적적인 일들이 일어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 건물주와 이야기하기는 전세보증금 2억 1천만원에 월세 180만원으로 약속 했지만, 이사회에서 그 건물의 근저당설정이 문제가 되었다.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시세가 비싸도 20억원의 근저당설정은 자칫 전세보증금을 날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사님들은 다른 건물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전역 인근에서 그만한 조건의 건물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다. 모든 것은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지만 개인이 책임을 진다고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 책임을 묻기가 어렵기에 안타깝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공간이전은 원점으로 돌아가는듯 했다. 그러나 다시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더 부담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제시되어 보증금 2천만원에 나머지는 월세로 하기로 최종 결정이 되었다. 이럴 경우 산술적으로 월세가 180만원이 아닌 350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월세 350만원은 벧엘의집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속담처럼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어야 추진이 가능한 것이지 부담할 능력도 되지 않는데 무작정 추진할 일은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최대한 월세를 낮추는 쪽으로 결정이 난 것이다. 그럼에도 어려운 결정을 해 주신 남부연회 감독님이신 김용우 이사장님과 이사님들의 애정이 오병이어 기적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 다음은 건물주에게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이사회만 통과되면 계약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사회에서 전혀 새로운 안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건물주가 오해를 하면 아무리 이사회에서 새로운 안이 제시되었어도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사회가 끝나자마자 건물주를 찾아갔다. 그리고 최대한 이사회의 결정을 설명했다. 다행히 오해 없이 이사회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사실 벧엘의집이 어떤 기관인지 알면 대부분의 경우 임대를 꺼렸다. 그런데 건물주인 약손한의원 송영환원장님은 처음부터 벧엘의 사정을 이해하고 변화된 조건에도 선뜻 동의를 한 것이다.

 그 다음 문제는 공사비였다. 처음 공사비 산출근거로는 일반적으로 제시되는 평당 단가였다. 내부수리의 경우 평당 적게 잡아도 100만원은 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그 공간이 약 300평이 넘기에 어림잡아도 3억원이라는 금액이 된다. 건축업자를 통해 우리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최대한 낮춰 공사비를 산출했다. 처음 견적 금액이 1억 4,500만원이었다. 이 금액은 이사를 포기해야 하는 금액이다.

그 공간을 10년 동안 사용한다고 해도 1년에 1,400여만원을 쓰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다시 금액을 최대한 낮춰 견적을 뽑았는데 쉼터 공간의 벽지와 장판을 제외한 금액이 7,500여만원이었다. 다행히 처음 견적보다는 절반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그 금액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월세에 대한 확실한 대안도 마련되지 않았고, 공사비는 준비된 금액이 한 푼도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지 기도도 잠시, 모두가 퇴근하고 나면 혼자 사무실에서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한참을 보내다가 정신을 차려 집으로 향하는 것이 전부였다. 집에 도착해서도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는 나를 보고 아내는 벧엘의집 공간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실거라며 나를 위로해 주기도 했다. 이렇게 며칠을 보내고 난 후 정신을 차려 도움을 요청할만한 분들을 생각해 내고 전화나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분이 벧엘의집 운영위원장이며 개인적으로는 선배 목사님이신 광명한빛교회 권오준 목사님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오해를 받으면서도 저와 부활이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처음 고백한 목회자의 꿈을 실현하고자 달려왔습니다. 제 고백을 담은 “또 다른 오병이어의 기적을 기도하며”는 정말 저의 고백이자 제 삶의 전부였습니다. 그런 저를 다른 사람들은 일밖에 모른다고 말하기도 하고, 때론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목사라는 이야기도 우리 주위에서 돌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런 말쯤이야 생각하며 처음 고백을 이루고자 달려왔습니다. ····시설비 한 푼도 없이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하니 앞이 캄캄합니다. 형님 꼭 내려와 주세요. 그리고 저희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 주세요. 정말 답답하기만 합니다. 오늘 꼭 오실 줄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한밤중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다가 목사님께 보낸 메일의 일부이다. 이런 것밖에 딱히 할 것도 없었다. 그 다음날 아침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 지금 대전에 내려가는 중이야”13시 45분 기차로 대전으로 출발했다는 전화를 받고 급하게 대전역으로 향했다. 목사님은 차 한 잔을 마시고는 수표 한 장을 내 놓으셨다. 그래서 실무자들하고 회식하라고요라며 수표의 내용은 보지도 않고 받았다.(대전에 오시면 매번 실무자들을 위해 회식비를 놓고 가셨다)

그러자 목사님께서 그 돈으로 어떻게 밥 먹으려고, 잘 봐라.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0 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1천만원짜리 수표였다.(이번에 안 일이지만 1천만원짜리 수표와 1십만원짜리 수표가 얼핏 보기에는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많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것이다. 어찌 1천만원이 적은 금액이랴 그 분의 애정이 그 이상이라는 것이지... 이렇게 하나님은 또 한 번의 오병이어기적을 이루기 시작하셨다.

 그 다음 할 수 있는 것이 평소 알고 지내던 신문기자들에게 연락하는 것이었다. 중도일보의 김민영기자님과 금강일보의 이미선기자님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공사비 모금운동에 대한 기사를 게재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두 기자는 선뜻 기사화를 약속했고 구체적인 상황을 알기위해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렇게 해서 신문에 벧엘의집 공간이전에 관한 기사가 게재되었다. 사실 신문에 모금기사를 낸다는 것은 답답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기 위한 것이지 정말 기사화된다고 도울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위로가 될 것 같아서 한 것이다.

 그런데 또 한 번의 기적이 일어났다. 대덕구에 위치한 주식회사 라이온켐텍(대표이사 박희원)이라는 곳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문기사를 보고 1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고, 박희원 대표이사님은 일면식도 없는 분이었다. 그런데 신문기사 내용을 보시고 벧엘의집에 대해 파악도 안하고 지원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기사를 보고 지원을 결정하더라도 지원할 기관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런 것도 없이 기사 내용을 보고 지원을 결정했다는 통보만 한 것이다. 하나님은 다시 기적을 보이셨다.

 아직은 멀었지만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종자돈이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믿음이 부족해서 하나님께 의지하고 담대하게 추진해야 하는데 여전히 길이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공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건축업자에게 맡기기엔 비용이 많이 들고 자체적으로 하기엔 자재를 어떻게, 얼마나 구입해야 하는지도 막막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기산건설의 심봉구 사장님께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대략 얼마의 자재비가 들어가는지를 계산해 달라는 것과 함께 기술지원을 부탁했다. 그러자 한 달음에 오셔서 대략적인 자재비와 기술지원뿐만 아니라 당신이 직접 공사 감독까지 자청하셨다. 하나님은 믿음이 부족함을 질책하지 않으시고 다시 기적을 보여 주셨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를 미리 아시고 다양한 달란트가 있는 분들을 보내 주셨다. 공사 장비를 선뜻 임대해 주신 김종훈 목사님, 그 외 기술지원과 노동력으로 봉사하겠다고 나선 행복나눔센타의 손근석 목사님, 남부연회 청장년선교회 이명환 회장님과 회원들, 송인겸님, 서머나장로교회의 천종오 장로님,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매일같이 공사현장으로 출근하는 울안공동체 식구들, 당연히 후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후원금을 모으고 있는 희망진료센타 공동대표이신 김주연 선생님과 대전충남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들, 자원봉사 의사 선생님들, 벧엘의집을 알면서도 선뜻 자신의 건물을 임대해주시며 월세도 인근시세보다 낮은 조건으로 임대해 주신 약손한의원의 송영환원장님 등, 이 모든 분들이 오병이어의 기적을 만들어 가는 분들이다.

 지금 벧엘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인 예수님의 기적이 아름다운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21세기 현대판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이 기적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더 많은 마음들이 모여서 5,000명이 충분히 먹고도 12광주리를 남긴 것처럼 벧엘의집이 이전을 완료하는 날까지 기적은 계속될 것이다.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