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원지에서 강을 꿈꾸다
발원지에서 강을 꿈꾸다
  • 박은영 객원기자
  • 승인 2011.03.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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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함께하는 금강 트래킹

빗소리를 들은 건, 19일 밤이었다. 비가 내심 오지 않기를 바랬지만, 툭툭 창가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무거운 마음으로 잠이 들었었다. 20일 아침, 내리는 비가 야속하긴 했지만 그래도 비 내리는 날 트래킹도 오랫만이라고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조덕희 회원의 생일이라 최수경 대표께서 떡을 해오셨다. 아침부터 생일덕담이 오간다. 비를 따라 오붓한 낭만이 느껴졌다.^^

금강을 이룬 뜬봉샘

비로 몇 분이 취소를 했지만, 대부분 비를 뚫고 트래킹길에 함께 올랐다. 전북 장수로 1시간 반 가량 이동하여 수분리로 들어섰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걷기는 수월했다. 흰색, 노란색, 파란색 비옷을 입고 호젓한 수분리 마을길로 들어섰다.

뜬봉샘은 금강의 발원지로 전북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 신무산 8부능선에 위치 수분마을 뒷산 계곡을 따라 2.5㎞ 위에 위치해있다. 전북 장수군 수분리 마을은 말 그대로 물을 가르는 마을이다. 이 마을의 수분령(水分嶺)에서 금강과 섬진강이 갈리게 된다. 뜬봉샘 가는 길은 말 그대로 공사중이다. 생태공원을 만든다고 돌무더기와 흙들이 제멋대로 쌓여있고, 나무가지들이 험상궂게 잘려져 있다. 발원지가 가진 신비로운 풍경이 많이 사라져 있다.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고 비도 내려 힘들었지만, 뜬봉샘에 오르니 비로소 금강의 신비로움이 시작된 듯 하다.

뜬봉샘을 처음 온 것이 2009년 4월, 바로 처음 트래킹이 시작된 지점이다. 그 날부터 지금까지 3년째 이어온 이 걸음을 잘 지켜달라고 뜬봉샘에서 작은 고사상을 차렸다. 최수경 대표가 금강의 건강함과 안녕, 녹색연합 트래킹이 잘 이어지도록 해달라고 말씀해주시고, 함께 절을 올렸다. 술을 나누고 시루떡을 나누었다.

내려오는 길에서 도롱뇽알을 만난다. 봄이 땅에 이르른 증거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알들은 잠자고 있는 발원지의 기운을 흠뻑 마시고 있는지, 잠잠하다. 이들이 깨어나 금강과 함께 힘찬 생명의 몸짓을 시작할 때, 그 금강이 그들이 살아가던 금강 그대로이길 바래본다.

섬진강의 발원, 데미샘에서

장수에서 점심을 먹고 진안으로 향한다. 점심메뉴는 한우로 유명한 장수의 갈비탕. 뜬봉샘 높은 고개를 오르느라 힘이 쏙 빠진 터였는데, 영양보충이 제대로 된다. 이날은 장수에 장이 서는 날이었다. 트래킹에 온 남성회원들이 장에 관심이 많았다. 손에 나물 한 가득 들고 차에 오르시는 것을 보니, 내 마음이 왜 흐뭇한지 모르겠으나, 왠지 흐뭇하다.

데미샘은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원리 팔공산 북쪽기슭을 흐르는, 진안고원의 깊은 산중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발원된 섬진강은 진안과 임실, 곡성과 구례를 거치며 젖줄을 이어 간다. ‘데미’라는 말은 이 고을의 봉우리를 ‘더미’라는 말에서 유래했고, 천상봉에 있는 옹달샘, 천상샘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고 한다. 데미샘의 입구가 되는 선각산 휴양림. 이곳도 진안고원 마실길과 연결되는 생태탐방로를 만든다고 한다.

데미샘으로 오르는 길은 아직 아무것도 정비되지 않은 오롯한 산길이다.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와 흐드러진 나뭇가지, 낙엽들이 데미샘으로 가는 길의 신비를 더 해준다. 날이 화창해져서, 파란하늘이 얼굴을 반듯하게 내밀었다. 오르는 길이 오전과는 또 다르게 상쾌했다.  자연 그대로, 있는 그대로만으로 충분한데, 왜 자꾸 여기에 ‘정비’라는 말로 돈을 쓰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좁은 산길이 너르게 퍼지면서 데미샘이 보인다. 작은 샘에서 어떻게 커다란 물줄기가 이어지는지, 볼수록 신기하다. 데미샘 맡에 앉아 다함께 인증사진을 찍었다. 발원지만을 찾아온 오늘이 여느 트래킹과는 또 색다르다.

발원지는 원시의 신비함을 품은 그대로 보전되어야 사람들도 많이 찾고, 원형 그대로 보존될텐데 생태공원이니, 탐방로니 하는 방식으로 계곡에 돌을 쌓고 시설물을 만들고 나무를 쳐내다보니 그 땅과 강 고유의 생태적 특징을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발원지는 강이 시작되는 곳, 강이 만들어지는 근원이다. 발원지에서 강의 모습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우리가 어떤 강을 꿈꾸어야 할까? 그곳에서,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떤 강을 꿈꾸는지를.

박은영 객원기자는 대전충남녹색연합 시민참여국장으로 트래킹 참여 문의는 042-253-3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