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와서 1
필리핀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와서 1
  • 백제뉴스
  • 승인 2011.03.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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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와서 1

희망진료센타가 해외의료봉사활동을 시작한지도 어언 6년째가 되었으며 횟수로는 총 10회를 다녀왔다. 이렇게 희망진료센타가 제3세계 의료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우연한 계기로, 서남아시아 지역에 쓰나미 피해로 많은 국제구호단체들이 앞다투어 구호활동을 펼칠 때 기독교대한감리회 남부연회에서 스리랑카의 타밀 반군지역으로 긴급 구호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가는 길에 의료팀을 구성하여 동참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특히 캄보디아 의료봉사활동은 어느 정도 정착되면서 지금까지 약 100기의 우물을 팠으며, 2010년에는 자원봉사 단체인 ‘다솜회’의 도움으로 깜퐁츠낭 폼 끌로발 지역에 폼 끌로발 초등학교 교실 한 동을 짓기도 했다.

캄보디아 의료봉사활동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도 있었다. 처음에 제3세계 의료봉사활동을 하자고 했을 때 일부는 국경없는 의사회와 같은 국제 구호단체를 대전에서 만들어 보자며 의욕적으로 동참 의사를 표현하는 분도 있었지만. 제3세계 의료봉사활동이 자칫 자기만족에 그칠 수 있다며 희망진료센타가 해외에 눈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맞는 말이었다. 순수 민간단체로 대전역 인근에서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게 건강권을 회복하자며 출발한 희망진료센타가 본래의 목적을 완전하게 달성한 것도 아니었고, 해외진료가 일회성 진료에 그치기에 의료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도 그리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제2의 희망진료센타를 캄보디아 깜퐁츠낭에 세워보자며 때론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으며 비전을 이야기 하며 설득 하였다. 그런 결과로 해외의료봉사활동이 희망진료센타의 공식 사업으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2009년부터는 충남대학교병원이 동참하여 내용면에서나 규모면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다. 이제는 단순 의료봉사활동을 넘어 그 지역의 문제점과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체계적이며 항구적인 활동을 위한 여러 대안들을 마련하는 단계가 된 것이다. 즉 의료봉사활동이 매개가 되어 그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파악하고 대안모색을 위한 노력으로 그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를 찾아 키워내며, 의료를 넘어 교육, 생활, 경제, 문화 등의 문제에도 같이 해답을 찾아 가려는 시도를 하는 중이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2010년에는 캄퐁츠낭 주지사를 만나 향후 캄퐁츠낭주의 지역사회 개발과 지원에 관한 많은 의견을 나누기도 했었다.

그런 와중에 필리핀에도 의료봉사활동을 가게 되었다. 필리핀에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었다. 필리핀은 캄보디아와 비교하면 경제수준이 훨씬 높은 나라이고, 의료 상당히 상황도 좋은 편이다. 그리고 희망진료센타가 아직은 여러 나라에 의료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여력도 충분하지 않다. 그러기에 필리핀에 의료봉사활동을 간다는 것이 그리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희망진료센타에 학생 때부터 봉사를 했던 박상현 선생님을 중심으로 소규모 봉사단을 조직하고 2009년도에 처음으로 필리핀으로 향했다.

필리핀 의료봉사활동은 마닐라 근교의 케죤시티라는 도시에 있는 ‘하늘마을센타’의 요청으로 시작되었다. 하늘마을센타가 위치한 곳은 코피노들이 밀집해있는 지역이었다. 즉 코피노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들로 필리핀 사회의 이방인 취급을 받는 이들이었다. 즉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로서 낙태가 금지된 나라이고, 한국의 남성들이 필리핀 주재 상사나 사업을 위해 체류하면서 그 나라 제도의 한계와 타국에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필리핀 여성과 교제하면서 생겨난 사회 구조적 모순의 결과물로 그 나라에서는 이방인 취급을 받으면서 빈민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내가 듣기로 그 규모는 약 2만명에서 3만명 정도가 된다고 하니 단순하게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하늘마을센타의 대표이신 광명 한빛교회 권오준 목사님께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센타를 설립하고 먼저 의료봉사를 제안하신 것이다. 모든 경비를 당신이 충당할테니 의료진만을 구성해서 와 달라는 요청을 하신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필리핀 의료봉사활동이 3년째를 맞이한 것이다.

올해도 여전히 ‘하늘마을센타’를 중심으로 인근지역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필리핀의 빈민가는 캄보디아의 농촌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필리핀의 경우 고혈압 환자가 의외로 많았다. 그런데 의료진이 아무리 많아도 혈압을 체크하는 것만도 의료비를 지불해야 하기에 자신이 고혈압을 앓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혈압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료진료를 한다는 말을 듣고 약을 받을 욕심보다는 단순히 자신의 혈압을 한번 체크하기 위해 오는 이도 많았다. 이것이 오늘 필리핀의 한 단면이었고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필리핀을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필리핀은 다른 동남아시아 지역보다 조금 나은 곳이니 나중에 하자는 것을 넘어 설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런 필리핀의 모습이 나를 그곳으로 가게 만든 것이었다. 필리핀의 의료봉사활동도 여전히 나에겐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