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감추인 보화를 캐는 심정으로...
밭에 감추인 보화를 캐는 심정으로...
  • 백제뉴스
  • 승인 2011.02.2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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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사람들은 홈리스는 자활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그들은 게으르고, 놀기 좋아하고, 늘 술에 취해 있고, 지저분하며, 일하기는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몇 년 전 보건복지부의 자활담당자를 만났을 때 그 사람조차도 “홈리스가 자활이 가능한가요?”라며 나에게 되묻다가 고성이 오가고 옥신각신 하다 끝내는 사과를 받았던 기억도 있다. 정말 자활이 불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홈리스에 대한 편견 때문에 자활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들도 이 사회의 바닥으로 떨어져 모든 걸 포기하기 전 까지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이었다. 울안공동체 식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비록 지금은 집도 없이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하지만 그 전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음을 알게 된다. 열심히 일하던 그들이 한 순간 외부의 충격, 즉 실직, 질병, 빚, 가정파탄 등 혼자서는 견뎌내기 힘든 환경이 되자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자포자기해 버린다. 인간이 희망을 버리는 순간 가장 쉽게 나타나는 것이 되는대로 사는 것이다. 이것이 사회적 편견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경제적 가난과 더불어 찾아오는 이런 충격이 끝내 다시 일어설 수 없는 나락으로 이들을 밀어 넣음으로 이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는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처음부터 그런 사람인 것처럼 말해 버리는 것이다.

다 안 된다고 하니 오기로라도 홈리스의 자활의 모범을 세워보고자 2006년에‘혼자 열 걸음이 아닌 열이 한 걸음씩’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사회적기업인 ‘야베스공동체’를 출발시켰다. 비록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매년 간신히 버티면서 문을 닫지 않고 조금씩 성장해 갔다. 야베스공동체가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소위 사회적일자리라는 노동부의 인건비지원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제한이 있어 처음 3년을 지원하고는 그 다음해에는 지원 금액의 80%만을 지원하고 그 다음 해에는 50%만 지원한 다음에 종료된다.

 야베스공동체가 처음 시작한 금산 공장 시대를 접고 삼성동으로 공장을 이전하여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2008년 화분재활용사업단을 출발시키고, 2009년에는 기존의 사업영역과 다른 영역인 세탁공장을 대전시의 도움으로 동구 낭월동에 세웠다. 이렇게 나름대로 서서히 업종의 다양화와 매출 신장을 통해 자립의 토대를 하나씩 쌓아갔다. 그러나 아직 자립을 하기에는 역부족인데 지난 2010년으로 세탁공장의 경우 정부지원이 끝이 난 것이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자립해 나가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이제 문을 닫느냐 자립하느냐는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위기의 때가 기회의 때라고 세탁공장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빨래하기좋은날’이라는 세탁체인점 1호점과 2호점을 동구 가오동과 유성구 지족동에 문을 열었다. 꼭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만은 아니었다. 야베스공동체의 출발 때에 고민했던 완전한 자립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즉 야베스공동체에서 기술을 배우고 어느 정도 돈이 모아지면 그 돈으로 자립 사업장을 내 스스로 살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 야베스공동체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정부의 지원이 있는 동안에는 계속적으로 고민하고 연구만 했지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는데 정작 더 힘들어지고 위기가 찾아오자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결단을 내린 것이다.

개업예배를 드리던 날, 나는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 놓은 보물과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발견하면 제자리에 숨겨 두고 기뻐하며 집에 들어가서는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그 밭을 산다.(마태복음13:44)”는 말씀으로 개업예배 설교를 하면서 ‘빨래하기 좋은 날’ 세탁체인점이 밭에 숨겨진 보물이 되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 보물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밭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이해할 수 없는 벽이 있다.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팔아 그 밭을 산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재산까지 털어서 밭을 사는 농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면 야베스공동체가 체인점을 여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경영도 어려운데 무슨 체인점이냐 도리어 경비를 더 줄여야 하는데 외연을 키우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는 책임감도 없고, 게으른 사람들에게 체인점을 맡긴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지 보나마나 실패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난 ‘빨래하기좋은날’이 자활이란 밭에 있는 보물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기에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자활이란 보물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몽땅 걸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물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빨래하기좋은날’이 얼마나 귀중한 보물이었는지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 김 0 0, 이 0 0 이 보물을 캐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고, 타협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빨래하기좋은날’이라는 밭은 자활이라는 보물이 숨겨져 있기에 참고 견뎌내서 끝내는 보물을 캘 수 있기를 기도한다.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