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온 편지
교도소에서 온 편지
  • 백제뉴스
  • 승인 2011.02.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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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께 글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목사님께서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몸소 직접 찾아 주신 마음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진작에 목사님께 서신으로 글을 올렸어야 되는데, 이렇게 이제야 목사님께 글을 올립니다. 진작에 서신을 올리려고 했으나 또한 이곳 안부를 전할 생각도 했지만 제 자신이 못나서 직접 목사님께 직접 목사님께 알리고 소식을 전하는 것이 저로썬 부끄럽고 죄송했습니다. 어쨌든 진작 소식을 전하지 못하여 다시 한 번 죄송스럽고 몸소 찾아 주신 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목사님, 저는 징역 6개월을 받아 이제 두 달 정도 징역을 앞두고 사회에 복귀할 날을 기다리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출소하는 날까지 저의 잘못을 반성하며 열심히 하나님의 은총을 받아 회개하며 살겠습니다. 그리고 접견장에서 말씀드렸듯이 출소 하는대로 목사님께 찾아뵙고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저를 보살펴 주신 점 저 또한 잊지 않고 끝까지 이 은혜 생각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목사님, 사랑합니다. 마침 하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나네요.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 이 말씀을 생각하면서 다시는 교도소에 들어오지 않을 것을 하나님께 약속드리며 또한 잘못을 하나님으로부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습니다.<아멘>

제가 그렇게 회개하며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목사님께서 인도해 주십시오. 목사님, 제가 두서없이 말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러 인해서 오늘은 여기서 이만 서신을 줄이겠습니다. 아직 날씨가 차가운 관계로 건강관리에 유념하시고 사모님과 목사님의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제가 매일매일 하나님께 기도드리겠습니다.

참 그리고 목사님께 몇 자 부탁드릴게 있어 적을까 합니다. 다름이 아니옵고 이곳에서 사회로 나가는 날까지 제가 성경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현재 성경책이 없어 성경을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목사님 글을 읽어 보시는대로 책 좀 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몸 건강 하십시오.

                                                              2011월 9일

                                                                대전에서 한 0 0 올림


 벧엘을 찾는 사람들은 한 0 0 처럼 대부분 별이(전과) 많다. 어떤 이는 별이 10개가 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단 별은 무전취식, 폭행, 절도, 사기 등 다양하지만 대부분 큰 범죄는 아니고 소위 말해서 잡범이라고 하는 자질구레한 범죄들이다. 형량도 길어야 1~2년이거나 1년 미만짜리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생은 많은 부분을 교도소를 오가면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이유로 노숙인, 쪽방사람들이라면 무조건 범죄자 취급을 하며 강력범죄라도 생기면 용의선산에 올려놓고 집중적인 탐문 수사를 하기도 한다.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이미 범죄자로 여기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이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혀 있다. 그것 때문에 지난해 경찰청을 방문하여 항의해 보기도 했고, 이 사회를 향해 낙인을 찍는 일은 하지 말자고 외치기도 했었다.

 정반대로 이 사회의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은 중범죄를 저질러도 다 용서가 된다. 대부분 부동산투기, 탈세, 뇌물, 불법 증여 등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스럽게 결백하다고, 억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이래도 되는지 궁금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 0 0같은 경우는 당연히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일까 면회를 가보면 하나같이 자신이 잘못 살았고, 많이 뉘우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출소하면 새사람이 되어 봉사하며 잘 살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달에는 설 명절도 있고 해서 학교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 면회를 갔다. 오전에는 대전교도소, 오후에는 청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을 찾아 갔는데 대전교도소에서 문제가 생겼다. 교도소에 수감된 분은 많고 여러 번 갈 수 없어서 한꺼번에 면회신청을 했더니 면회자 한 사람이 수감자 한 사람만 면회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조목사님과 한재훈선생과 내 명의로 각각 면회신청을 하고는 같이 한 사람씩 면회를 할 요량이었다. 대전교도소에 도착해서 접견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하자 또 문제가 생겼다. 하루에 면회자 한 사람이 재소자 한 사람만 면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감되어 있는 사람의 면회 횟수를 제한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해가 되지만 면회자가 하루에 재소자 한 사람만 가능하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것은 수감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교도소의 행정편의주의가 아닌가? 동일 범죄로 면회를 하는 것이 판결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면회자가 여러 사람을 면회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지만 이미 형이 확정된 사람들을 찾아보겠다는데 그것을 막는다는 것은 자신들이 편해지려는 행정편의주의에 대표적인 모습이 아닌가?

우여곡절 끝에 각각 한 사람씩 나누어 면회를 하기로 하였다. 만나보니 모두들 건강해 보였다. 그리고는 하나같이 죄를 뉘우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수감되어 있는 동안 다 내려놓고 마음공부를 해서 출소하면 새사람이 되어 살자고 말했다.

 면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정말 이들은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큰 범죄를 저질러 뉘우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혹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아닌가? 절도, 폭력, 무전취식, 사기가 실정법을 어긴 것은 사실이지만 스스로 죄인이라는 낙인을 찍어야할 만큼 중죄인가? 한 0 0의 편지에서처럼 정말 그가 큰 죄를 지어서 편지를 쓰는 것조차도 망설여야 했느냐는 것이다. 형법의 조항으로는 분명 범죄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이 사회가 찍어놓은 낙인이 그들을 더욱 죄인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그들은 꼭 뉘우쳐야 하고, 새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그들보다 더 큰 죄를 저지르고도 억울하니, 정당하니 뻔뻔스럽게 말하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비하면 스스로 죄를 인정했고, 형을 사는 것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이들이야말로 사회적 폭력의 피해자는 아닐까? 그래서 별이 하나 더 늘어날 때마다 그들은 더 많이 뉘우치라고 강요받는 것은 아닌가? 선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이야 당연히 그들은 죄 값을 받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회는 그들이 지은 죄보다 더 무거운 벌인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고 있는 것이다. 죄를 지었으니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너는 죄를 지었으니 뉘우치고 새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폭력적으로 몰아가기보다는 당신은 이미 당신이 지은 죄의 대가를 충분히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죄책감보다는 편안히 지내라고 말하면 안 되는 것일까?

 한 0 0아저씨 당신은 충분히 죄 값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죄책감에 빠져있지 말고 편안하게 지내세요.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