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베스 공동체의 버티기
야베스 공동체의 버티기
  • 벹엘의 집 원용철 목사
  • 승인 2011.02.0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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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도시공사에서 환경사원을 채용 하는데 30Kg짜리 모래주머니를 들고 오래 버티기 체력테스트를 하는 사진이 기사와 함께 지방 일간지에 실린 적이 있다. 그 기사에 의하면 경기침체와 청년실업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운동선수 출신, 공기업 간부 출신 등 대졸이상 학력자가 전체 지원자의 44%나 되고, 총 8명을 모집하는데 236명이나 몰려 3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환경사원 선발기준은 4가지의 체력검정과 면접으로 선발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모래주머니를 들고 버티기를 하는 응시자들이야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서라도 더 오래 버텨야만 경쟁자를 이길 수 있기에 좀 더 오래 버티려고 이를 악물고 애를 썼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환경사원이 하는 일은 주로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음식물 수거를 위해서는 씨름선수처럼 힘이 장사여야 되는 것도 아니고, 100m 달리기 선수처럼 날쌔게 달리지 않아도 된다.

어느 정도의 체력이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럼에도 지원자가 많으니 그 중에 적절한 사람을 선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환경사원 채용에서만 오래 버티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구제역과 인간의 한바탕소동도 이제는 예방이나 퇴치가 아닌 누가 이기나 보자는 식의 오래 버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설 명절에는 구제역으로 인해 도시에 있는 자녀들이 고향을 가는 것조차 포기해야 할 만큼 전국적으로 구제역 방역에 온 힘을 다 쏟고 있다. 정말 고향에 가보니 말로만 듣던 구제역 파동은 더욱 심각했다.

몇 가구 안 되는 고향마을 입구에 방역 감시초소를 만들고 마을사람들과 농협직원, 공무원 등이 교대로 감시초소에서 지나가는 차량에 소독 액을 뿌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럼에도 구제역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 확산되어 끝내는 천안의 국립축산과학원도 덮쳐버렸다.

농촌의 골목마다 설치된 방역초소가 정말 구제역을 막을 수 있을까? 이미 그것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밤낮을 교대하며 지키는 것은 그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시간과 구제역과 팽팽히 맞서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뿐이랴 우리사회 여기저기에서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은 고된 삶의 무게를 메고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가난한 사람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한숨 쉬며 숨죽이고 있는 서민들은 그저 맘 놓고 일할 수 있는 정규직이 되기까지, 오르는 기름 값에 차디찬 냉방에서 지내면서 겨울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간신히 버티기를 하고 있다.

자활사업장인 야베스공동체도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자립을 위한 버티기에 들어갔다. 사회적 기업이 대부분 그렇듯이 자립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사회적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나려면 일반기업처럼 경영의 노하우나 효율성의 극대화,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생산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그와 정 반대의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살아남으려면 가장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인력감축과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좋은 사람들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은 사적 이익을 위해 생겨난 기업이 아니다. 대부분 이윤이 없다는 이유로 일반 기업이 접근하지 않는 영역으로 사회적 영역과 기존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노동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그러기에 사회적 기업은 때론 국가나 사회의 지원과 보호가 없이는 버텨내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다행히 노동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적 일자리를 통해 일정기간 참여자의 인건비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그 기간 내에 자립이 되는 기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 지원이 끊기면 가장 먼저 인력을 감축하고 양질의 노동력으로 대처해 간다.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사회적기업의 현실이다.

홈리스, 쪽방사람들, 장애우 등 근로취약계층을 위한 자활공동체인 야베스공동체도 정부지원이 지난해로 끝났다. 그래서 이제는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다행히 숯 부작 사업은 올 일년동안 인건비의 80%를 지원받지만 세탁사업부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의 일자리 창출 사업이었기에 1년 만에 인건비 지원이 끊긴 것이다. 이제는 시간과 기존 시장과 버티기를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야베스가 정말 자립할 수 있을까? 아직은 홀로서기에는 준비가 덜 되었는데,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이제부터는 시간과 경쟁상대와 버티기를 통해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며칠 전에는 야베스공동체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버티기를 해야 하니 각각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주문을 했다. 지금부터는 참여자가 아닌 야베스의 주인들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며 오래 버티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다행히 한 달은 잘 버텨주었다. 어느 정도 매출도 신장되어 간신히 이것저것 모아 밀리지 않고 임금을 지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가 또 문제다 2월은 날짜도 다른 달보다 적다. 2일이지만 그 시간이 새삼 길게 느껴진다. 그만큼 일을 하면 매출이 늘어나는데, 그러나 어쩌랴, 그냥 버티는 수밖에...

야베스는 꿈이 있기에, 그 꿈을 현실로 바꾸려는 동지들이 있기에 끝내 잘 버텨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야베스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기업들이 꿈과 그 꿈을 이루려는 일꾼들이 있기에 모두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