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대신 '과학도시' 만들자던 이는 누구?
'행정도시' 대신 '과학도시' 만들자던 이는 누구?
  • 심규상 기자
  • 승인 2011.02.05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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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가 두려운 이유

[取중眞담]은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11월 28일 후보자 자격으로 세종시를 방문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세종시 주변에 조성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님의 '대화'가 두렵다고 합니다. '대화'를 요구하면 거절하다 일방적인 '대화'에서는 약속을 뒤집기 때문입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일 오전에는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 제하의 신년 좌담회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공약과 관련 "선거 유세에서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제가 관심이 많았겠죠. (하지만) 이것은 국가 백년대계니까 과학자들이 모여서 과학자들 입장에서 하는 것이 맞다"는 말로 약속을 없던 것으로 했습니다.

 또 "내가 거기에선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공약이 선거 과정에서 있었다"며 "거기에 얽매이는 것은 아니고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선거 때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것이고, 따라서 입지선정은 충청권이 아닌 전국을 대상으로 원점에서 출발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 대통령께서는 지난 2009년 11월 27일 밤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서는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 방침을 밝혀 약속을 뒤집은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론이 분열되고 충청권이 반년이 넘게 갈등과 혼란의 늪에 빠진 경험은 새삼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세종시' 뒤이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공약 파기 입장 밝힌 이 대통령   

 다만 이 대통령께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을 어떤 식으로 약속해 왔는지를 되짚어 볼까 합니다. 

 이 대통령께서는 "선거 유세에서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관심이 많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선거유세때만 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선거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약속하셨고 당선된 이후에도, 심지어 지난해까지도 약속하신 내용입니다. 충청권을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로 만들겠다는 첫 언급은 지난 2007년 4월 3일(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서 열린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 포럼' 강연)에서 나왔습니다. 당시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거운동도 열리기 전이고 당연 유세 때도 아닙니다. 당시 신문을 펼쳐보니 호칭 또한 '전 서울시장'으로 돼 있습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께서 당시 하신 말씀은 이렇습니다. 

▲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홈페이지에 들어 있던 '국제과학기업도시' 공약내용. 이 자료에는 '대덕과 오송, 오창과 세종시를 연결하는 충청권이 치적의 입지'라며 50만이 거주하는 세계최고의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기초과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구와 비즈니스가 연결돼야 합니다. 충청권을 과학연구와 기업이 연결되는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를 만들어 한반도대운하와 함께 한국의 미래성장을 주도할 쌍둥이 프로젝트로 추진하겠습니다."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 당시 하신 약속도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기능 이전이 대전·충청지역의 경제부흥을 위한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국제과학기업도시를 함께 건설할 것입니다. 행정도시와 대덕의 R&D 단지, 국제과학기업도시 등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연계 발전시켜 충청광역경제권을 구축해 충청지역의 실질적 발전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2007년 8월 초, 대전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前) 서울시장' 때부터 마음에 없는 약속을 하셨다고요?

 '전 서울시장' 때부터 충청도 표를 의식해 그냥 하신 말씀이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2007년 선거유세과정에서 하신 말씀은 너무 적극적이고 구체적이어서 누구라도 믿지 않을 수 없습니다.      

 9월 12일] "행정도시 하나만으로는 자족도시가 될 수 없고, 생산기능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대덕과 오송을 연계해 충청권에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를 건설하겠습니다. 과학도시는 많이 걸려야 5년, 짧으면 3년이면 충분히 건설이 가능합니다.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목원대학교에서 대학생들과 타운미팅을 가진 뒤, 지역기자들과 간담회에서)

"과학도시는 대덕이나 오송과는 다릅니다, 대덕이나 오송이 과학 도시로 인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입니다. 과학도시가 행정도시와 중복된 투자가 아니라 행정도시는 계획대로 해 나갈 것입니다."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행정도시가 있는데 또 다시 인구 50만 규모의 도시를 만들면 이중투자 아니냐'는 질문에 답하며)

 [10월 27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음 정부에서 대덕단지는 제2의 중흥기를 맞을 것입니다. 대덕단지와 과학도시는 상충되지 않을 것입니다. 시너지 효과가 나오도록 상생할 것입니다." (대전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과학기술인들과의 타운미팅'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 건설을 두고 대덕단지 연구원들이 우려하고 있다, 그 도시에 대덕단지가 포함되는 것인지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11월 28일] "행정도시가 제대로 되려면 현 기능에 또 다른 기능을 더해야 합니다. 대전충남에는 대덕연구단지가 있고, 세종시가 있습니다. 또 도청 소재지인 홍성이 있고, 또 태안기업도시도 있습니다. 이것들이 연계된 산업벨트가 되면 자족도시가 가능합니다. 과학도시는 기존의 대덕단지에 있는 연구소와는 다른 원천기술을 만들어 내고, 미래 20-30년 후에 한국이 먹고살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대덕단지를 더 살리면서 세종시와의 벨트에 그 기능을 넣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명실 공히 충남이 기술의 본산이 될 것입니다." (행정도시건설청을 방문한 '충청권 발전 구상안' 기자회견장에서)

 여기까지는 선거 유세에서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허언했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셨으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당선 이후에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약속

▲ 안희정 충남지사가 2007년 11월 28일 행복도시건설청을 방문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께서는 당선된 이후에도 같은 약속을 줄기차게 하셨습니다.

 [2008년 1월 18일] "행정도시는 차질 없이 갈 것이고 (오히려) 행정도시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이 추가될 것입니다" (이완구 충남도지사와 접견자리에서)

 심지어 세종시 원안추진 약속을 뒤집던 2009년 11월 27일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서는 '행정도시'보다는 '교육과학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교육과학도시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어떤 형태로 나올지 모르지만 (세종시는) 교육·과학이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금년 내에 정부가 안을 확정해서 내놓게 되면 아마도 자족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 것입니다."

그러다 세종시 수정안을 적극 밀어 붙이던 지난 해 초부터는 아예 세종시를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로 발표했습니다. 세종시 원안수정을 위해 '대전 대덕연구단지와 생명과학기술도시 오송, 정보기술단지 오창과 세종시'를 연결하는  행정도시 자족성을 위한 보충성격의 별도도시를 만들겠다는 이 대통령의 구상안인 '과학비즈니스벨트 원안'마저 수정한 것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정부는 당시 삼성, 한화, 웅진, 롯데그룹, 카이스트, 고려대, 한국토지공사와 함께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앞세워 토지공급과 개발계획을 담은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시민단체까지 나서 국회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법이 통과하면 법에 근거해 세종시 입지를 결정하는 게 순서라고 했지만 개정을 전제로 미리부터 양해각서부터 체결한 것입니다.

 '행정도시' 만들면 재앙 온다며 '과학 중심도시'를 외치던 이 대통령

그런데도 대통령께서는 이제 와서 "국가 백년대계니까 과학자들이 모여서 과학자들 입장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말씀하십니다. 새삼스러운 일 인양 "위원회가 공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9년 말 세종시 수정 이유로 "중앙부처가 이전해도 공무원들은 서울에 남아 출퇴근할 것이며, 따라서 자족기능을 갖출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또 세종시 민간합동위원 등은 국정설명회를 통해 "세종시 원안은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바로 잡아야 한다"며 세종시 총리까지 기용하며 '교육·과학' 중심의 세종시 수정안 관철을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행정도시 중심'의 세종시를 만들면 재앙이 올 것이라며 '과학 중심도시'를 외치던 이 대통령님과 정부 관료들의 걱정과 우려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결국 세종시가 망하던 말든 충청민들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으니 홧김에 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은 없던 일로 하자는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청와대는 전국을 대상으로 입지 선정 절차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하자는 것으로 충청권을 배제하겠다는 얘기가 아닌 만큼 '공약 파기'는 아니라고 강변합니다. 지리개념이 없는 것인지, 충청권외 다른 지역을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해명입니다.

 더 이상 이 대통령께서 국민과 대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표를 얻으려고' 선거 때 헛말을 하신 게 더 남아 있을 것 같아 두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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