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다르크와 아트비스
신다르크와 아트비스
  • 이필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 승인 2007.09.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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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러는가. 이래도 되는 건가. 꼭 이래야만 하는가. ‘깜도 안 되는 의혹’이 세상을 뒤흔드는 ‘깜’으로 도마 위에 오른다. ‘꼭 소설 같다’던 방패막이에도 소설보다 더 흥미로운 사건으로 흐른다.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온 국민이 흥미진진(?)한 듯 ‘신정아 스캔들’을 바라본다. e-메일 주소 신다르크(shindarc)와 아트비스(artbis) 사이에 오고간 핑크빛(?) 러브레터에 더 눈길을 쏟는다.

노인정에 할머니들도 한 수 거든다. “거, 나이가 많이 차이 난다며?” “23살 차이라던가?” “에그머니, 높은 양반이 무슨 창피래!” “사랑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람.” “우리 영감태기는 그 나이에 꼬부랑깽이였어.”

그렇다. 맞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양귀비와 당나라 현종은 34살 차이다. 공자 아버지와 공자 어머니의 나이 차는 무려 48살이다. 그건 약과다. 조선조 21대 영조와 계비 정순왕후 사이는 물경 51살 차가 난다. 할머니 세계에서도 장안의 화제 거리에 관한 뒷얘기가 무성하다. 마치 한 편의 에로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정치권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권력형 비리’라는 등, ‘레임덕 조짐’이라는 등, 몸통은 따로 있다는 등…. 정치인들은 목청을 돋운다.

TV에선 연일 두 사람의 얼굴이 비춰진다. 화면에 비춰진 변 전 정책실장의 모습, 핸섬한 외모에 중후한 듯한 자태가 부드러운 영국 신사의 풍류가 흐르는 듯하다. 그 모습에 ‘세기의 사랑’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던 영국의 윈저공(公)이 중첩된다. 그는 1935년 에드워드8세로 대영제국 왕위에 오른다. 얼마 안 돼 미국 출신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 눈이 맞는다. 사랑에 빠진다. 그는 왕위에 오른 지 1년 만에 왕위를 팽개치고 그녀와 결혼에 골인한다. 영국법에서는 이혼한 여인이 왕비가 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1936년 12월 방송을 통해 왕위를 버리는 소감을 전국에 밝힌다.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 나는 왕으로써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습니다.” 세기의 러브스토리다. 뭇 여성들 심금을 울렸다. 사랑을 위해 왕위마저 미련 없이 버린 윈저공이다.

두 달 전 ‘거짓 학력’ 파문의 진원지 신다르크[貞娥]! 그 모습이 TV에 비쳤을 때도 문득 한 여인이 중첩된다. 조비연(趙飛燕)이 피어난다. 갸름한 얼굴에 가냘픈 몸매, 조비연과 닮았다. ‘날으는 제비’라는 뜻을 지닌 이름 조비연. 옛 중국 한(漢)나라 때 절색으로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날씬한 여인이리라. 요즈음으로 치면 ‘S라인’의 원조다. 게다가 춤과 노래 솜씨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녀는 성제(成帝)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다.

어느 날 황제는 그녀를 위해 호수에 배를 띄우고 잔치를 벌인다. 풍악에 맞추어 춤추는 조비연. 한 마리 학이다. 그때 갑자기 강풍이 몰아친다. 그녀가 비틀거리며 배에서 떨어지는 찰나 황제는 황급히 그녀 발목을 잡는다. 그녀는 임금의 손바닥에서 몸을 추스르고 춤추기를 계속한다. 임금의 사랑을 독차지한 그녀에게도 시련은 있다. 환희와 쾌락의 십 년. 성제가 먼저 세상을 등진다. 그녀는 궁궐에서 쫓겨나 문전걸식하다 자살로 생의 마침표를 찍는다.

요즘 ‘신정아 스캔들’을 보노라면 윈저공과 조비연이 떠오른다. 사랑엔 두 손이 필요 없다. 두 발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한 손과 한 발은 자유로워야 한다. 두 손으로 움켜쥐려면 안 된다. 두 발로 양다리 걸쳐서도 안 된다. 꿩 먹고 알 먹고는 참 사랑 아니다.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건 가짜 사랑이다. 사랑은 여러 조건을 충족시킨 후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사랑에는 성공이 없다. 상처와 아픔만 있는 거다.

사랑도 여러 종류다. 일방적으로 주는 아가페사랑, 받는 것만 바라는 철부지사랑, 마음으로만 끌탕을 앓는 짝사랑, 받는 만큼 주는 등식사랑, 외로울 때만 찾는 얌체사랑, 조건을 많이 내거는 조건부사랑, 기분 뒤틀리면 팩 사라지는 번개사랑, 더 나은 상대가 나타나면 등 돌리는 배신형사랑, 약점이나 실수만 보여도 외면하는 포장지사랑, 서류상 계약 때문에 얽매이는 의무적사랑…. 신다르크와 아트비스는 어떤 사랑일까.

“사퇴서. 대통령님께! 저는 요즘 큰 갈등에 빠져 있습니다. 사랑과 직무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둘 다 병행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공과 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직무보다 사랑을 택하려 합니다.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불충한 정책실장 올림.”

정책실장 임명장을 받는 순간 팽개치고 신다르크로 향했더라면…. 얼마나 가슴 뭉클할까! 이런 장면이 매스컴을 탄다면 진짜 깜이 될 텐데…. 혼자만의 공상일까, 망상일까, 몽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