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곡면 호계초등학교 [1]
사곡면 호계초등학교 [1]
  • 윤현숙 기자
  • 승인 2011.01.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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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32개 초등학교를 찾아 달라진 교육풍습과 방학 중인 학생들의 생활상을 찾아보기 위해 백제신문이 '찾아가는 우리학교'란 코너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학교의 소식과 어린학생들의 포부 및 생활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아늑하게 자리잡은 호계초등학교 전경이 보인다.
교훈: '건강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 '정직한 사람'
교목: 충절을 의미하는 소나무,
교화: 열정의 꽃말을 갖고 있는 철쭉

공주시 사곡면사무소 소재지를 지나 마곡사 방향으로 100 여 미터 가다보면 왼편으로 아담한 시골학교가 눈에 들어온다.

밤새 내린 눈이 하얗게 내려 앉아 한 폭의 설화 같은 모습을 한 학교가 바로 1921년 개교이래 2010년 제86회 졸업생까지 6,141명의 인재를 길러낸 호계초등학교(교장 한윤동)로, 현재 총16명의 교직원과 12명의 병설유치원생 및 52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화장실을 비롯한 학교시설을 둘러보니 예전의 시골학교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아기자기 하면서도 도시의 여느 학교 못지않게 시설이 좋다. 또한 유치원 다닐때부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 내는 돈은 전혀 없다. 급식비도 전액 지원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겨울방학을 가정에서 보내고 있지만 호계초는 학교운영계획에 따라 1월 17일부터 2주간의 '겨울방학 중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1주차는 영어캠프, 독서캠프, 역사탐구반, 기초튼튼반, 돌봄교실, 대학생 멘토링, 다문화가정 한글지도가 운영되며 2주차는 의무학습반과 교과캠프, 대학생멘토링이 운영된다.

1월 21일 1주차 금요일, 본 기자는 호계초 일일 학생이 되어 '겨울방학 중 방과후학교' 수업에 동참하여 등교부터 하교까지 하루일과를 스케치 해 보았다.

△한윤동 교장
오전 8시 50분, 전교생 등교....
학교통학버스와 학원차량, 부모승용차, 가까운 곳에 사는 학생은 걸어서 등교한다.
학교통학버스는 지난 2009년 '학부모· 교육감과 대화시간' 을 통해 통학버스 지원요청을 한 것이 반영돼 사곡중학교 학생들까지 통학시키며 계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는 오지에서 한 시간 넘게 걸어서 오가야만 했는데 그 불편이 해소된 것이다. 그래도 관할지역을 다 돌 수가 없어 개인적으로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학원차를 이용하고 있다.

오전 9시 10분, 각자의 교실로.....
1~2학년은 돌봄 교실로, 3~5학년 아이들은 두 파트로 나누어 일부는 영어캠프로, 나머지는 독서캠프실로 이동한다. 6학년은 사곡중학교에서 특별수업 중이다.

오전 9시 30분, 영어 캠프실에서는...
오늘의 활동은 영어골든벨 게임이다.
담당교사와 원어민교사는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을 듣고 대답하게 한다. 또 신체이름 알기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다  '헤드,휭거, 숄더,마우스....'
이때 원어민교사는 아아들에게 ‘마우스’에 대한 발음교정을 해 주며 입과 생쥐를 의미하는 발음 차이를 설명한다. 이어 율동과 함께 '헤드숄더니즈엔토스...'.
유치원 시절부터 불러 누구나 알고있는 '머리어깨무릎발'노래다. 아이들의 영어발음은 원어민강사의 발음과 흡사하다.

오전 10시, 돌봄 교실.....
1~2학년 18명 중 15명이 수업중이다.
1학년과 2학년이 파트별로 나누어 수준별 학습을 진행하는데 1학년 아이들이 독서로 ‘생각주머니 열기’ 활동을 하고 있다.
부러운 동물 두 가지를 생각해서  이름과 이유를 쓰고 서로 말해 보기다.
수정이는 고양이와 소를 적었다. '고양이는 털이 부드럽다. 인형 털 같다'가 이유다.  또한, 두수는 강아지라고 적었다. '털이 많아서 부드러웠다. 따뜻했다'가 그 이유다.
한편에서는 2학년 아이들이 ‘남극에 사는 펭귄나라 꾸미기’ 협동 작업을 하고 있다.
1회용 스티로폼 접시를 재활용 해 지붕을 만들고 찰흙으로 틈새를 메우고 있고 다른 아이는 지붕에 쓸 재료를 칼로 오리고 있다.
서로들 의견을 내며 만들기에 열중이다.

오전 10시 35분, 다문화자녀 한글교실.....
현재 호계초에는 총 4명의 다문화가정 자녀가 재학중이다. 이들 중 유치원생 2명을 대상으로 한글을 잘 쓰고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 가정방문을 통해 학교행사나 알림사항 등을 전달하고 가정의 어려운 점을 찾아 도와주기도 한다.
이날 한 명은 언어치료 때문에 학교에 못나오고 한 명의 학생만 교사의 1:1지도를 받고 있다.
할머니의 특별부탁으로 숫자에 1을 더하는 덧셈공부를 하는 중이다.

오전 10시 50분, 간식시간.....
오늘 간식은 불고기 버거와 음료수다.
불고기 버거와 피자 버거를 바꾸자며 아이들끼리 의견을 조율하더니 금새 조용해진다. 다들 맛있게 먹느라 여념이 없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먹을 때는 조용하기 마련인가 보다.

▲ 영어캠프에서 신체부위 명칭을 율동과 함께 부르고 있다
오전 11시 25분, 독서교실.....

1교시 영어 캠프실에 있던 아이들이 독서교실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 단원은 ‘내 생각을 주장하기 위한 개요 짜기’다
‘자연을 보호하자’라는 주제로 생각이나 글을 써서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개요를 짜 보는 것이다.
꽃을 함부로 꺾으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각각의 생각을 적는다.
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기 때문에,,, 꽃도 생물이기 때문에,,, 꽃이 아파하기 때문에,,, 꽃이 생명이라서 죽을까 봐.., 산소가 다 없어지기 때문에.....
‘우리모두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자’며 글쓴이 생각과 주관을 가운데 두고 스스로 짠 것들을 발표한다.

오전 11시 40분, 돌봄 교실.....
전 시간과 바꾸어 2학년은 독서논술을, 1학년은 종이접기를 하고 있다. 놀이기구 팽이 접기다.
종이조형 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강사답게 교실은 종이접기 위주로 환경구성이 돼 있다.

오전 11시 55분, 영어캠프.....
1교시에 독서캠프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영어캠프로 옮겼다. 영어골든벨 게임이다.
과일그림을 화면에 보이며 ‘what is this?’를 원어민 발음으로 묻자 아이들은 알아 듣고 화이트보드판에 ‘fruit’라고 직접 쓴다.

오후 12시 10분, 귀가 .....
오전에 등교했던 대로 통학버스를 타고 집으로, 학원차량에 탄 아이들은 학원으로 하교한다.
역사교실, 다문화가정 대학생 멘토링, 기초튼튼반 아이들은 오후 수업을 기다린다.

오후12시 20분, 점심시간.....
평상시에는 영양사의 식단표에 의해 급식을 하지만 방학 중이라서 오늘 메뉴는 김밥과 1회용 컵라면이다.
방학인데 학교 나오는 것이 싫지 않냐는 질문에 5학년 정승은 학생은 “힘들지만 집에 있는 것보다 좋다”고 한다.
선생님이 장래 희망인 김찬영 학생은 “오후에 남아서 하는 공부가 더 잘 돼요. 역사배우는 게 제일 재밌어요”라고 대답한다. 찬영이는 집에서 EBS를 들으며 공부를 한다고 한다.
아버지가 목회자인 홍이삭 학생은 학교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 묻자 “학교선생님들이 친절하고 재밌게, 자세히 가르쳐줘요. 나쁜 점은 별로 없지만 무서운 선생님이 한 분 계셔요. 자상하기도 하지만..”
전체부회장인 윤여준 학생은 교장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한다.
여준이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말씀드린다. "방과후에 컴퓨터 자격반을 만들어 주세요”라고...

▲ 돌봄교실에서 남극꾸미기를 하고 있다
오후 1시 30분, 역사 탐구반.....

6학년 교육과정에 있던 역사 시간이 2011학년도부터 5학년 교육과정으로 변경된다.
그래서 6학년 되는 현재 5학년 아이들에게는 정규 역사시간이 없어지게 돼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공백을 메우고 있다.
오늘 학습단원은 우리역사 바로알기 중 ‘조선의 건국’이다.

오후 2시, 대학생 멘토링.....
다문화가정의 자녀 수정이와 공주교대 학생이 멘토링을 하고 있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들을 가지고 생각의 폭을 넓게 유도하며 철자법 등을 교정해 주고 있다.

오후 2시 35분, 기초 튼튼반.....
기초학습이 필요한 학생들과 반복하며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다.
국어는 자모음과 사전찾기, 수학은 구구단을 시작으로 연산 공부를 하고 있다.
충남도 교육청에서 제작한 ‘이것만은 꼭’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멘토링 수업을 끝낸 수정이가 기초튼튼반에 있는 오빠를 찾아왔다.
남매인 수정이와 인용이는 일본인 엄마를 둔 다문화가정 자녀다.

오후 3시 20분, 하교.....
오후에는 통학버스 운행을 하지 않아서 가까운 아이들은 걸어서, 집이 먼 아이들은 교사가 승용차로 태워다 준다.
이렇게 호계초 아이들의 방학 중 하루 일정이 끝났다.

한윤동 교장은 “학생들이 병설유치원 1~2년을 거쳐 졸업할 때까지 8년 여를 이 학교에 다니다 보니 가족처럼 욕설도 하지 않고 정겹게 지낸다"며 "교구도 내 물건같이 아껴 쓰고 낙서하는 법도 없다"고 학생들 칭찬으로 입이 마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시골이라서 조손가정이 1/3을 차지하고 있어 안쓰러운 면도 있고 도시 아이들에 비해 문화혜택을 덜 받는 것이 안타까울 때도 있다"고 시골학교 현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호계초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에 처해있는 학생들을 위해 지난해에는 사물놀이, 오카리나, 단소 등을 배울 수 있는 방과 후 체험학습을 운영해 아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
방과후 학교를 담당하는 박영애 부장은 “이러한 학습운영이 확실히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기초튼튼반 모습...
트랜드마크가 ‘직원친화적’이라는 이광집 교감은 “컴퓨터게임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많은데 호계초는 그런 학생들이 없고 운동장에서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살아 있다”며 학생들 자랑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 교감의 말에 본 기자는 “그 소리 담으러 다시 한 번 취재 올께요”라고 덥썩 약속을 하고는 호계초등학교 교정을 나섰다.

한편, 호계초등학교는 '독서논술교육을 통한 사고력신장' 및 '바른품성을 지닌 호계자람이 육성' 을 특색과제로, '학력신장프로젝트추진' 과 '호계 5인증제 운영' 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독서, 한자, 영어, 줄넘기, 컴퓨터 등 5개 영역에 걸친 '호계 5인증제'는 학생들로 하여금 등교하면서부터 책 읽는 습관을 들여 학생들 스스로 독서기록부를 작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