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에서 하중도와 모래톱, 습지가 가지는 의미
하천에서 하중도와 모래톱, 습지가 가지는 의미
  • 김종술 기자
  • 승인 2010.09.21 13: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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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공주에서 몇몇 시의원들에의해 발의된 금강둔치 모래톱 제거작업은 식생의 변화와 유속이 빨라질 것에대한 대비없이 졸속으로 진행되는 듯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문가들의 조언이나 공주시민들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한번 파괴된 자연을 제자리로 돌리는데 수십년 걸린다고 생각하면 후손들에게 큰 죄를 짓는 일일지도 모른다. 금강둔치가 어떤 곳인가? 갈대가 어우러져 해마다 백제문화제 행사 때면 수많은 사람들이 걸었던 추억의 길이며, 털발말똥가리와 오목눈이, 흰목물떼새, 백로와 할미새류가 서식하고 있는 모래톱은 육상생태계와 수생태계간의 다리역할을 해주는 생태계상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통로이다.4대강 공사로인해 가뜩이나 하중도와 모래톱이 많이 사라진 금강에서 그나마 지켜낼 수 있는 것도 지키지 못한다면 훗날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곰나루와 금강둔치가 역사속에서 갖는 상징성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며, 공주가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백제문화의 상징임을 스스로 자임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공주의 백년계획을 세워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오히려 지금이 기회이다. 하중도와 인근 둔치에 형성된 습지와 모래톱의 생태적 활용 및 보전방법을 다양하게 찾아야 할 시점인 듯 하다. 버드나무가 사라진 습지와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습지를 보는 사람의 심미적인 느낌은 천내습지를 한번이라도 가 본 사람은 알 것이다.이제라도 다양한 식생이 어우러진 하중도를 살려야 할 것이다.공주에서 6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금빛 모래사장이 펼쳐진 곳에서 백제군사들의 옷을 입고 와~~~하는 함성으로 뛰어다녔던 영화(공산성의 혈투)의 한 장면을..

하중도의 논란의 중심에 있는 모래톱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야 할 것 같다.

하중도는 하도나 하폭이 변하는 지점에 상류에서 내려온 모래와 자갈 등 퇴적물이 쌓이거나 유로변동으로 고립되어 형성된 하천 내부의 섬으로 하천의 전 영역에서 발생하나, 중 하류와 하구 등 유속이 느린 삼각주나 대하천의 중 하류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하중도의 형태는 하도나 하폭의 변화에 영향이 커 위치와 모양, 크기의 변화가 심하다. 하중도에 식생이 정착하면 홍수시에도 잠기지 않게 되어 더 큰 홍수가 오더라도 식생들이 유속을 완화시키고, 운반 퇴적물을 정착시켜 하중도의 성장을 강화하게 된다.

 용어상 하중도는 외래어가 아닌 우리나라만의 용어로 모래톱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은 중주 또는 중주도라 한다. 하지만 서양의 경우, 하중도를 지칭하는 용어가 분명하지 않아 섬이나 모래톱과 구분없이 사용한다. 따라서 금강둔치의 경우 준설로인해 형상의 변화가 많았지만 원래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하중도형 습지나 모래톱에 해당한다.

 하중도나 모래톱의 형성과정은 하천이 하폭의 확대나 유로변경, 본류로의 합류 등으로 인해 유속이 느려지면 하천 운반물질 중 비교적 큰 자갈들을 중심으로 하상에 쌓는다. 이후 상대적으로 유속이 느려진 자갈층 위에 모래가 쌓이고 다시 미립질의 모래와 점토가 쌓여 하중도나 모래톱이 형성된다. 이후 성장을 거듭해 홍수시 침수 횟수가 줄어들면서 모래톱의 형태를 유지하게 되며 그 위에 친수성 식생이 정착하게 된다. 지류와 합류해 쌓인 지류형 모래톱의 대표적인 예가 정안천 합류부 아래인 연미산 자락 아래 형성된 모래톱이다. 육안으로 보면 단순히 뻘층으로 보이지만 자갈과 모래가 쌓여있는 자연형 모래톱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하중도를 하천 지형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으나, 외국에서는 대개 하천의 퇴적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모래톱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어 하중도에 대한 연구가 따로 이루어지고 있다기보다는 하천 지형의 일부인 모래톱의 범주에 포함되어 연구되고 있다. 보통은 하폭의 증가로 인해 유속이 느려서 생기는 것이 하중도와 모래톱이다. 상대적으로 유속이 빠른 곳은 모래보다는 자갈층이 퇴적되는 자갈모래톱을 형성한다. 공주 금강둔치의 경우도 하폭의 증가로인한 제방쪽의 퇴적작용으로 생긴 자연스런 모래톱이고, 정안천과 합류지점은 유속감소에 따른 퇴적장용에의해 형성된 자연형 모래톱이다..

 하중도나 모래톱이 가지는 기능은 다음과 같다.

 첫째-생물 서식지를 제공하고 보호하며 위기종의 보전과 물질순환이 가능하게 하는 생물 다양성 유지 기능을 한다. 둘째- 천연자원이나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운송로로 사용되어 갖는 경제적인 기능을 한다. 셋째- 오염물질을 거르고 정화하는 자연의 정화조로서의 기능을 한다. 넷째- 범람시 물을 저장해 완충작용을 하는 홍수방지 기능을 한다. 다섯째- 물가의 수생식물을 통해 토양손실과 붕괴를 막는 수변부 침식방지 기능을 한다. 여섯째- 강우를 지하수로 전환하여 저장하는 지하수 재충전 기능을 한다. 일곱 번째- 수변환경을 통한 기후안정과 이산화탄소 저장에 따른 온실효과 방지 기능을 한다. 여덟번째, 관광, 문화, 심미, 연구, 교육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 등 인문적 기능도 가진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하중도나 습지, 모래톱은 보호의 대상이기보다는 개발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1900년 이후 지구상 습지의 50%가 사라져왔으나 습지에대한 재평가와 인식전환은 다양한 연구와 복원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힘입어 우리나라도 중랑천과 탄천, 양재천, 성내천 등 상당수의 하천이 생태하천으로 복원되면서 한강의 생태도가 높아져 준설과 직강화를 거친 한강에도 여러습지들이 분포함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생활에 있어 하천은 언제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생존에 필수적인 식수 공급을 위해 항상 마르지 않는 수원인 하천이 필요했으며 어로와 수렵에서 정착생활을 가능하게 한 농경을 위해서도 하천에서 물을 끌어와야 했다. 그래서 문명의 발상지부터 현대의 거대 도시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천변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하천과 가까운 거주지 선택은 항상 홍수의 위험이 따랐고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인류는 하천에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해 왔다.

 자연을 이용해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자 한 인간의 욕망은 ‘개발’과 ‘보전’이라는 두 가치 중 ‘보전’보다는 ‘개발’에 무게 중심을 두게 되고 자연에 인위적인 힘이 가해지면서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하천은 하수의 운반통로 역할을 담당하거나 하천내 퇴적물들은 골재로 이용함으로써 여러 경제적 이익과 편의를 가져왔지만 하천수의 수질악화 등 환경적 문제들은 인류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개발편익만을 고려한 치수적 하천관리정책 하에서 유로내 토사 퇴적물인 하중도와 모래톱은 단지 유로를 분산시키고 통수단면을 줄여 범람 가능성을 높이는 장애물로 인식되어 직강화와 준설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져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우리나라 하천복원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하천에 대한 인식이 경제적 개발대상에서 생활환경으로 전환되면서 준설로 사라졌던 하중도에대한 인식도 육상과 수중생태계를 연결 보완해주는 하천생태계의 보고로 재평가되고 있다. 또한 하천 흐름의 속도를 조절해주고, 하천오염에 대한 자정작용의 기능까지도 한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지방하천의 경우 정비 과정에서 하중도의 인공적 건설이 시도되는 수준에 이르고 있으나 양재천과 성내천의 사례가 보여주듯 친수성이나 경관적 요소만을 고려할 뿐, 진정한 의미의 하천생태 복원이라 할 수 없다. 국가하천(금강)의 경우 계획수심을 유지하기위해 하상을 정비한 지역에서는 빠른 유속으로 식생이 정착할 수 없어 어종이 빈약해지고 하천 자정능력이 저하되는 등 하천생태계 전반에 불안정을 초래하게 된다. 결국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하천스스로의 생명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도 하남시의 예를 들어보자. 미사리 일대를 사례로 보면 금빛 모래가 아름다워 미사(아름다운 모래)라 불리던 26만평의 섬이 있었지만 지난 86년 4월 한강종합개발사업 실시와 함께 9년 동안 진행된 골재채취로 한강에서 흔적없이 사라졌다가 2년 만에 장마와 폭우를 거쳐 새롭게 크고 작은 모래톱들이 복원되고 식생이 정착해 어엿한 하중도와 습지로 성장했으며 습지를 바탕으로 풍부해진 수중생태계는 인근 지역을 이름난 겨울철새 도래지로 성장하게 하는 등 하남시 일대 하중도는 인간이 간섭에 의한 환경변화와 더 이상의 간섭이 사라졌을 때의 자생적 복원의 과정으로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금강둔치에도 댕기물떼새를 비롯해 흔히 보기 힘든 희귀종의 새들이 서식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4대강 사업으로 일률적인 수심을 유지시켜 흰목물떼새와 할미새류의 어린새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나그네새들의 휴식과 안식처가 될 모래톱을 걷어내 더 이상 새들을 보기 힘든 곳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람만이 풍요로운 곳보다는 독일의 라인강가에서 사람들이 고니들과 함께 어울려 노니는 아름다운 풍경을 공주에서 만들 수는 없는 일일까?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