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니지만.....기고문
아직은 아니지만.....기고문
  • 백제뉴스
  • 승인 2010.09.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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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베스공동체가 “혼자 열 걸음이 아닌 열이 한 걸음”이란 창립선언과 함께 출발한지도 4년이 흘렀다.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네 살이 되었다니.... 그러나 아직 홀로서기를 하기엔 역부족이다. 아직은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고 사회의 지원이 있어야만 간신히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숯부작 사업은 노동부의 인건비 지원이 끊기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할지 말지를 고민해야 하고, 세탁공장도 자립경영을 하기에 훨씬 못 미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인건비 지원제도를 보면 일정기간은 인건비 전액을 지원하고 그 이후로는 지원액을 서서히 줄여가면서 자립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올 9월부터 야베스공동체 숯부작 사업단은 노동부의 인건비 지원액이 일정정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인력을 10여명 감축해야 하는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반면에 대전시로부터 인건비 지원을 받던 세탁공장은 사회적 일자리 사업이 아니어서 반대로 8명의 인원이 늘어나 새로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코메디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한쪽은 감원, 한쪽은 충원이라니.....

 어쩔 수 없이 감원 대상자를 선정하여 계약만료를 통보하고 나머지 고용이 유지되는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개인 면담을 실시했다. 개인 면담을 통해 자립의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개인 면담을 실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말한 것도 “혼자 열 걸음이 아닌 열이 한 걸음”이라는 야베스정신에 관한 것들이었다.

 야베스 정신은 혼자 열 걸음이 아닌 열이 한 걸음씩 나아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 나누는 공동체, 회복의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야베스공동체가 성공 가능성 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외부환경보다 그 안의 사람들이 서로 돕고 협력하면 오늘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끝내는 우리의 꿈인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꿈은 여전히 나 혼자만의 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이번 면담 과정에서 확인하게 되었다.

 이번 면담에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4년 동안 열심히 야베스 정신을 실현해 가자고 말했으니 빈말이라도 10명을 줄이기보다는 자신들의 급여를 나눠서라도 함께 가자는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당장 10명이 감원된다는 것이 알려지자 고통을 분담해서라도 함께 가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돌아갈 몫의 일거리가 늘어난다는 불평을 한다. 정말 황당했다. 감원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어떻게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심하다가 야베스 공동체를 하나의 단순한 직장으로 여기고 함께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만 강조하는 이기적인 사람, 팀별 형평성, 평소 사직의사를 표현한 사람, 이 일자리가 아니어도 될 만한 사람 등 원칙을 만들고 감원대상자를 선정했는데, 다시 말해 야베스 정신을 조금이라도 실천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구조조정의 첫 대상자가 되었다.

 감원 대상자나 남아 있는 사람들이나 능력 면에서는 도토리 키재기 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입에서 약간 늘어난 일의 몫 때문에 불평이 나오다니... 순간 절망스러웠다. 최소한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남게 되어서 감사하고,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내가 아닌 네가 그만두게 되어서 미안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어떤 이는 야베스 정신을 포기해야 한다고 까지 이야기 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누구는 열심히 일하고 누구는 시간만 때우는데 일터에서 농땡이 치는 사람이 감원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오십보 백보인데도 자신은 엄청난 일을 하고 있고 상대는 적당히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의 야베스 모습이다. 한 가닥 희망으로 바라봤던 야베스의 꿈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정말 야베스의 정신은 이 순간 포기하고 가야 하는 것인가? 희망이 없는 것일까? 야베스 정신을 포기하라니 그러면 야베스에는 무엇이 남는 것일까? 단순한 일자리 그저 시간만 때우면 월급이 나오는 작업장?....

4년 전 금산에서 꿈의 공동체를 만들자며 마음을 모았던 야베스는 생명을 다한 것일까? 누구하나 고통을 분담하면서라도 함께 가자고 말하지 않고 그저 일이 조금 늘어났다고 불평하며 왜 누구는 일도 안하고 방해만 되는데 감원대상에서 제외되었냐며 말하는 이들을 향해 야베스의 정신을 목청껏 외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분명 아직은 아니다. 야베스 정신을 향해 모든 사람들이 마음을 모으고 가기에는 개인의 이기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야베스 정신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고 또 이야기하다보면 언젠가는 개인의 이기심을 버리고 함께 갈 수 있을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영업을 담당하는 분들과 면담하면서 야베스공동체의 숯부작 제품은 물건이 아니라 야베스의 가치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야베스의 가치를 파는 사람들이고, 우리 제품을 사는 사람들은 야베스의 가치를 사는 사람들이고 야베스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야베스는 단순한 일자리가 아닌 우리의 가치이기 때문이다.